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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영 May 31. 2022

엄마는 그리기하러 보내고, 아이는 만들기하러 온다.

수업이 답이다


“오늘은 만들기해요!”

오늘도 만들기를 외치는 아이들. 만들기는 보통 입체물을 만드는 활동이다. 아이들에게 만들기는 편안한 놀이이며, 자연스럽게 집중하는 작업이다. 그리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있지만, 만들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고 말할 정도다.


교육원에서 만들기 수업을 하는 날, 아이들은 굉장히 신난다. 아이들의 기분 좋은 흥이 올라온다. 꼭 노는 것만 같다. 수업 중 교사는 혼돈의 카오스를 경험 할 지언정 기분 좋은 아이들을 보면 덩달아 신이 난다.


반면 만들기 수업 후 브리핑 시간엔 교사는 엄마의 안색을 살핀다. 그리기 수업보다 훨씬 많은 수업연구와 에너지를 쏟지만, 넌지시 엄마의 안색을 살피는 광경이 펼쳐진다.

엄마들은  ‘쓸때 없이 놀았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만들기를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는 엄마들도 꽤 있다. 그러나 나의 교육원에서는 그리기에서 채울 수 없는 것을 위해서 만들기 수업을 꿋꿋하게 진행한다.
한달에 한번 '엄마의 안색'보다, '아이의 안색'을 '엄마의 그리기'보다 '아이의 만들기'를 챙긴다.

     

엄마들은 만들기 수업을 왜 싫어할까. 대부분 미술학원에 보내는 목적은 ‘그리기 실력’ 향상이다. 그런데 만들기는 그리기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미술학원에 시간과 교육비를 투자했는데 아이의 그리기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 안타까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술은 그리기다’라는 생각에서 오는 편견이며 만들기의 보이지 않는 효과를 간과해서다. 만들기는 오늘도 집으로 ‘쓰레기 작품’을 가져가야 한다는 멋쩍은 웃음을 짓고, ‘아이가 좋아하니 한번 놀지 뭐’ 하는 정도로 말하기에는 참 쓸모있는 수업이다.

그럼 만들기는 무엇을 채워줄까.



만들기는 '사고력 미술'



만들기는 질감, 형태, 공간을 이해할 수 있는 작업이다. 물질을 탐색하고, 자연스럽게 도구를 활용한다.
만들기는 결코 쉽지 않다. 재료를 다루고, 도구를 다루고, 생각이 담겨야 한다. 재료를 입체화시키고, 덩어리와 공간을 이해하며, 제작물의 성격과 기능, 작품세계 등을 담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수업이 아니라, 놀 듯이 연결되고, 해결된다. 만들기는 '내적 동기'가 활발히 올라오는 작업이다.

아이들은 만들기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도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완성해 보는 경험은 중요하다. 주도적인 경험을 맛 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다를 것이다. 훗날 아이들이 살아갈 때 이런 경험이 문제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난 아이들이 주도적인 시간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는 기술 뿐 아니라, 창작하는 기쁨을 맛보고 경험해야 한다. 창작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기쁨과 문제의 시간을 해결 해가면서,  아이들은 창의적 사고력을 키워갈 것이다.


좀 더 정리한다면 그리기보다 만들기는 더 종합적인 활동이다.
만들기는 그리기의 표현력,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력, 창의적인 생각을 실험하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마치 ‘사고력 수학’처럼 ‘사고력 미술’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경한 말이지만 ‘사고력 미술’이라고 하면, 백남준과 마르쉘뒤샹이 떠오른다.

백남준은 비디오아트를 위해 TV박사가 되어야 했다. TV수리, TV설치, 물리학 등 전문서 적을 탐독하여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 듯, TV를 캔버스 삼아 표현했다. 그는 자신의 예술을 늘 ‘장난’이라고 했다.
놀이와 재미가 자신의 예술의 핵심이라고 했다.  비디오아트와 퍼포먼스로 장난쳐 우리를 놀래 킨 백남준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TV에 당하는 사람들에게 TV로 놀아버리는 ‘놀이’를 작품으로 보여줬다.
미술로 하는 장난, 놀이, 창조는 아이들 마음에도 안전하며, 생각을 키워내기 까지 한다.

 


백남준 <초보해커> 1994년




남성용 변기를 ‘샘’이라는 작품으로 전시하여 유명해진 현대미술가 마르쉘 뒤샹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개념, 즉 ‘아이디어’가 예술인 것을 보여주었다.
1913년 <자전거 바퀴>작품은 바퀴를 의자에 버젓이 붙여놓은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 왜 예술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뒤샹은 움직이는 바퀴와 멈추어 고정되어있는 의자, 전혀 다른 두 성질을 합쳐 작품을 만들었다. 경계를 넘나드는 아이디어로 관객의 사고를 전환시켰다.
예술은 뛰어난 표현력 뿐 아니라, 아이디어와 사고의 전환까지 포함되어 있다.   


           

마르쉘뒤샹 <자전거바퀴> 1913년



아이들이 사회의 주역이 될 때는 창의력이 더욱 주목받는 세상이다.
스스로 ‘자신의 컨텐츠’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때 필요한 능력은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그리기와 만들기는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폐기가 되더라도 아이들의 실험정신은 존중받아야 한다. 만들기는 완성작품을 위한 수업이기 보다 아이디어의 발견과 그것을 해결해가고 실패해가는 과정에서 의미가 있다. 만들기는 창조적이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게 만드는 중요한 영양분이 될 것이다.

음식을 편식하지 않듯이 만들기와 그리기를 함께 다루어 골고루 미술영양분을 갖춘 아이로 자라길 돕자.
예술의 범위는 넓고 깊다.
단지 그리기만을 연습하다간 진짜 예술과 더 멀어져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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