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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Jan 27. 2021

책 선생, 아름의 일기

두 번째, 기웃거리다 만 발걸음


오늘은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일기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일기를 쓰면 마음이 좀 풀릴까 하여 이른 저녁 자세를 고쳐 앉았다.




작년에는 운 좋게도 지인들의 소개와 나의 용기로(라고 하기에는 대학원 절친 동기에 새로운 경력 추가에 대한 푸시가 강력히 있었다.) 일을 해보는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은 꽤 쉽게 기회를 얻은 것 같아 보였으나 모든지 낯선일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나의 성정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기 쉽지 않았다.


책 선생으로서의 나의 출발은 낯설고 생경한 환경, 익숙지 않은 일들에 대한 두려움을 깨부수고 미션 하나하나를 통과해야만 하는 도장깨기와도 같은 시작이었다.


책 선생이 되기 위해 15년 동안 써본 적 없는 이력서 한 줄에 경력을 채워 넣는 일은 빈 경력 칸에 경력을 하나 추가할 때마다 강의를 준비하며 몰래 흘린 눈물도 같이 추가되었다.


이렇게 눈물과 함께 연초 내가 프로 투잡러를  꿈꾸며 이 일 저 일 알아보는 사이 회사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난리통이 되었고 해외 관광객들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나의 본업의 자리는 15년이란 근속의 영광에 맞지 않게 위태로워졌다. 힘없는 근로자인 나는 회사가 시키는 대로 이리저리 짐을 싸서 옮겨 다니며 좀 더 피로해졌다.


책 선생으로서의 낯섦과 본업에서 이동으로 인한 낯섦이 서로 충돌하며 그야말로 말로 형용할 수 없고 여태껏 경험해보지 않은 날들의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눈치를 보느라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매일매일 녹초가 되어 퇴근을 하였고 배달음식으로 잠시 허기를 달래고 씻고 나면 다시 책상에 앉아서 책 선생으로서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되어야 했다. 모두 내가 즐겁고자 시작한 일이었고 내가 만족하기 위해 벌린 일인데도 가끔은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났다.

새벽 두 시가 되어서야 수업 준비가 끝이 나면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고 다시 출근을 하는 날들이 두 달 정도 이어졌다.


나에게 ‘새로움’이란 단어는 누구에게처럼 설레지 않는다. 새로움... 학기 초의 새로움, 해가 바뀔 때의 새로움, 새로운 얼굴, 새로운 장소... 내가 아는 ‘새로움’은 신선한 설렘보다는 두려움, 낯선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 철저하게 사방에 벽을 치고 울타리 바깥으로 한걸음 내딛지 못하는 답답함이 함께 한다. 학창 시절에도 수학여행을 가거나 학년이 바뀔 때마다 설레어하는 친구를 보면 아무 감흥이 없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 못할까 고민하는 내 모습과는 상반되는 친구의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였다.


한 걸음만 내딛고 경험을 하게 되면 내 것이 되는데 이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새로움 앞에 낯선 일 앞에 망설여진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나 스스로 움직여야만 한다. 너무나 잘 아는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무언가 숙제 앞에 모른척하기 일쑤다.


해가 바뀌었다. 누구는 해가 바뀌고 새로운 한 해가 주어진 것에 목표들을 세우고 설레겠지만 난 또 부담이 된다.

올 한 해는 어떨까? 무난하게 지나갈 수 있을까? 이러한 맘에 더하여 책 선생으로서 이력서에 경력 한 줄을 더 추가할 수 있을까?


해가 바뀌면서 우습게도 또 근무지가 이동되었다. 새로운 근무지에 적응하기도 하여야 하고 책 선생으로서 일도 잡아야 하는 미션이 또 주어졌다.


책 선생이 되기  위해 읽어야 하는 책들이 눈 앞에 쌓여있고 아직 끝내지 못한 수업에 차질이 생겨 마음이 또 좋지가 않다. 이 와중에 오늘은 도서관 강의를 알아보던 중 한 지역에 모집 기간을 통으로 놓쳐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도서관 강의는 한 학기 모집을 놓치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


화가 나기도 하면서 새로운 일에 내가 과연 얼마나 간절했을까 스스로 돌아보았다. 사실 피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모른척하기도 하였다.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몇 번의 수업을 해보고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부족한 점만 보다 보니 조금은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모습에 오늘은 조금 화가 난다.


미루고 미루다 놓쳐버린 기회에 조금은 화가 난다. 도전도 쉽지가 않다. 쉽게 쉽게 생각하면 좋으련만 뭐가 그렇게 어려운지 ,, 매 번 이렇게 어렵게 생각할까?

이러다 본업도, 책 선생으로서도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다 무엇이든 다 놓쳐버릴 것만 같아 불안한 밤이다.


오늘도 난 프로 찌질이다운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 일기를 쓴다.


책 선생 아름의 두 번째 일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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