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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Jan 14. 2021

책 선생, 아름의 일기

첫 번째, 익숙함과 낯섦 사이





해가 바뀌어 2021년, 39살이 된다.

난 이직을 꿈꾸는 책 선생, 초보강사


2005년 한 회사에 입사해 2021년 현재까지 무려 15년 차 장기 근속자로 있지만 화려한 퇴사를 꿈꾸며 어설픈 프로 투잡러가 되었다.


요즘 흔하게 쓰이는 말로 본캐와 부캐 사이를 넘나들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남들은 부캐가 있어 부럽다지만 본캐에서 느껴지는 매너리즘과 부캐에서 오는 생경함으로 익숙함과 낯섦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붕 떠있는 채 둥실둥실, 넘실넘실 헤매고 있다.


 

퇴사를 본격적으로 꿈꾸기 시작한 것은 5년 전이었다.

여기서 본격적으로라는 말이 중요한 것은 퇴사의 꿈은 입사 직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입사 10년 차, 고된 업무 강도로 체력적으로 지쳐있었고 위로 아래로, 옆으로 사람들에게 시달릴 때로 시달리고 있을 때 즈음 불현듯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누구보다 자아가 강했던 나는 강했던 자아만큼은 노력하지 못해서 부랴부랴 급하게 적당한 회사에 입사했고 곧 회사를 박차고 나와 어학연수, 편입, 여행 등을 꿈꾸며 화려한 20대를 보내겠다고 친구들에게 장담했었다.


그리고, 나의 장담이란 것들은 점점 희미해져 갔고 1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서른이 훌쩍 넘었다.

서른엔 반드시 퇴사를 하고 산티아고로 떠나겠다는 결심도 무색하게 유야무야 되었고 빽빽한 지하철 겨우 손잡이 끝에 매달려 회사에 실려가는 피곤에 쩌든 30대가 되었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마흔이 되겠지. 과연 행복할까?

나의 일에 만족하지 못했던 나는 이대로 쭉 가다가는 늘 그렇듯 현재에 만족하진 못하지만 별 수없어 툴툴 거리며 같은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보였다. 그만 툴툴거리고 싶었다. 아무도 지금의 삶을 강요하진 않았으니까.


마흔부터는 좋아하는 일 근처라도 가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새로운 소망이 하나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란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나쁘지 않은 고민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에게 집중하며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때, 책장에 빼곡히 쌓인 책들이 보였다.


유일하게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일은 책을 읽든지 쌓든지 하여 곁에 두는 것이었다.


그리고 20대 초반 아꼈던 에세이집 맨 뒷장에 책을 읽고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둘 지에 대해 적어놓았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볼 사람도 없었지만 타임캡슐을 묻듯 아무도 못 보게 고이 책의 장과 장사이를 테이프로 붙여놨던 일이 생각났다.


갑자기 그때의 생각이 궁금해 책장 구석에 소리 없이  꽂혀있는 그 책을 찾아 맨 뒷장을 펼쳐보았다. 책을 펼치려는 순간 20대 초반 나의 생각이 유치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여전히 많이 닮아있었다.


여전히 내가 느끼는 삶의 가치는 ‘나눔’에 있었다.


회사생활에서 특히 힘들었던 것은 그냥 나 자신이 소비되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들 때문이었다.

나 다움을 감추고 누군가 요구하는 퍼즐에 맞추려 노력했던 내 모습에 스스로 지쳐버렸던 것 같다.


다시 생산자가 되어 마흔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 삶의 가치를 실현해보고 싶었다.

이런 어마 무시한 원대한 꿈을 안고 퇴사를 생각하며 대학원에 원서를 덜컥 넣었다. 멋지게 퇴사할 줄 알았지.


마흔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 책 가까이에서, 누군가에게 좋은 향기를 나누어주겠다는 거창한 결심을 하고 앞뒤 따지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어보기로 했다.



프로 찌질이의 강사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책 선생, 아름의 첫 번째 일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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