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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May 20. 2020

<자기 앞의 生>을 넘어선 사람들

내맘대로 독서


"겨울에 서서

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관심받고 사랑받아 마땅해 야 할 나이의 모모는 엄마도 아빠도 없다. 보살핌으로 보호받아야 할 아이는 너무 빨리 행복을 포기했다.


자기 앞의 生 /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유일한 사랑이라 믿었던 로자 아줌마가 필요해 의해 자기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모모는 생애 최초의 슬픔이라며 울고 또 울었다.


나는 로자 아줌마가 그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돌봐주는 줄로만 알았고 또 우리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밤이 새도록 울고 또 울었다. 그것은 내 생애 최초의 커다란 슬픔이었다.  


모모는 관심 받고 싶고 사랑이 필요했다. 밤마다 암사자를 불러내어 엄마 품에 안기고 싶었다. 모모를 향한 누군가의 미소는 모모의 인생 전부를 줄 만큼 사랑에 고팠다.


모모는 사랑을 줄 줄도 몰라서 아끼고 사랑하는 개 쉬페르마저 팔아버린다. 팔아버리고 받은 돈 전부를 하수구에 처넣고 목놓아 울기도 하였다.


사랑하는 것과 이별할지 모른다는 이별의 두려움을 일찍 알았던 것일까? 혹은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이별을 먼저 택한 것일까? 모든 것을 아는 것 같은 모모는 사랑도 이별도 서툴러 보인다.


나는 녀석에게 멋진 삶을 선물해주고 싶어 졌다. 나 자신이 살고 싶었던 그런 삶을.



모모는 어렸지만 자신의 현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백화점에 진열되어 있는 서커스의 세계는 모모의 눈에 현실과 동떨어진 행복의 세계이다. 서커스 구경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그들이 인간이 아닌 고통받지 않고 늙지도 않고 불행에 빠지지도 않는 기계라는 점이다.


그런데 왜 모모는 이 화려한 서커스를 보면서 눈물이 흘렀던 것일까.


나는 행복해지기보다는 그냥 이대로 사는 게 더 좋다. 행복이란 놈은 요물이며 고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어차피 녀석은 내 편이 아니니까 난 신경 안 쓴다.


모모는 내내 행복이 필요 없다 말하지만 누구보다 사랑을, 행복을 갈망하는 아이이다.


모모는 죽어가는 로자 아줌마를 지키려 하면서 사랑에 성숙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랑'을 배우지 못한 모모는 '사랑'이라는 것이 너무 소중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같았지만 로자 아줌마의 마지막을 필사적으로 지키면서 로자 아줌마와 모모는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달아가고 있었다.


사실 모모의 삶은 버겁다. 아직 다 자라지도 못했는데 너무 많은 아픔을 대면하고 자기 주위를 둘러 싼 불행을 온몸으로 감지했다. 항상 그래왔기 때문에 행복은 현실 너머에 있다고 애써 모른 척했다.


그럼에도 모모에 가슴 밑바닥에 사랑에 대한 갈망이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모모는 덤으로 얻은 네 살까지 더해 자기의 생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행동하지만 아직도 사랑받고 싶은 아이. 소중한 존재가 사라질 까 두려운 아이. 그냥 아이일 뿐이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모모에게 이제 로자 아줌마는 떠났다. 남은 건 오직 애정을 쏟았던 우산 아르튀르뿐이다. 그러나 모모에게 새로운 생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행복을 애써 모른척했지만 모모는 안다. 살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사랑을 해야 한다고 끝맺음하는 모모의 말에서 모모의 남은 생에 행복, 사랑,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또 믿는다. 세상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줄 사람들이 모모의 주위에 함께 한 다는 것을 믿는다. 그래서일까 모모의 다음 여정이, 남은 생이 너무나 기대된다.


모모의 말처럼 우리는 계속해서 사랑을 해야겠지. 속고 또 속아도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가야겠지. 나의 온 생애를 사랑으로 끌어안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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