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사유의 끄적거림
‘비가 오면 너가 생각나’ 라는 연락을 종종 받는다.
나는 그 연락이, 그 말이 너무 좋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이 더 좋다.
비 오는 소리, 땅에서부터 올라오는 냄새, 그리고 비가 오면 내 생각이 난다는 사람들의 연락까지
중학교 때부터였던가, 비를 유난히도 좋아하는 나를 알고 비 오는 날 하교길에 교복이 흠뻑 젖도록 비를 같이 맞아주던 친구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곱슬거리던 친구의 머리카락이 비에 쫄딱 젖은 모습과 땡그란 눈으로 나랑 같이 동네를 뛰어다니며 같이 웃어주던 친구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다.
비를 세차게 맞으면 속이 뻥 뚫린 것 같아 좋아했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비 맞는 용기는 사라진 것 같다. 그래도 가끔 비 오는 날 일부러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지 않을 때도 있다.
오늘 저녁 비가 내린다.
나와 같이 비를 맞아주던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아마도 비가 와서 내 생각이 난 것 같다.
비가 오는 날 친구들의 머릿속에 내가 떠오른다는건 너무나 행복 한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