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하고 시작하는 용기
나는 때때로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때가 더 용감했다. 특히 최근에는 무언가를 처음 해보든, 물건을 사든 후기를 비교하고 영상을 찾아본다.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취미도 유튜브로 간접체험만 하다 말고, 사고 싶었던 물건도 후기가 적거나 평점이 낮으면 고려하지도 않았던 제품으로 산다. 나의 30대는 이런 가성비와 최고의 선택을 위해 재다 보니 나의 선택을 믿지 못하고, 손에 갖고 있던 것마저 놓쳐버린 기회가 많았다.
특히 무언가를 시도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간접 경험 정보를 입력하면서, 이 선택과 노력의 가성비를 위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확률을 높이려는데 집중했다.
누군가가 해놓은 것을 보는 것과 내가 실제로 하는 것은 다르다. 누구에겐 최선이고 최고일지 몰랐던 선택도 나와는 안 맞을 때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게 과연 최고의 선택일까?" 라며 다른 이들의 경험을 들여다보느라, 정작 나는 선뜻 시도할 동력을 잃어버리는 때도 있었다
이런 고민 속에서 나는 두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하나는 법륜스님의 '하기로 했으면 바로 탁! 하고 하는 거다'라는 말씀이었고, 다른 하나는 개리 비숍의 '시작의 기술'에서 읽은 구절이었다.
법륜스님은 뜨거운 컵을 들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놓는지 물어본다면 그냥 탁! 놓으면 된다고 하셨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의 흐지부지한 성격과 추진력이 왜 여태 효과가 없었는지 생각하게 됐다. 하기로 했으면 하면 되는 건데, 나는 이리저리 계산하고 비교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겠다는 핑계로 행동을 미룬 것이다.
개리 비숍은 '시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변화는 의지'라고 말한다. 지금 살고 있는 상황을 바꾸고, 원하는 삶을 살 의지가 있는가? 하지 못하는 이유를 떠올리며 '그렇지만'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의 상황을 변호하는 것이다. 즉, 지금의 상태가 견딜 만하고 받아들일 만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서른 초반부터 무언가를 창작하는 삶을 살 거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트렌드를 보고', '강의로 배운 다음에', '책에서 이론을 배우고'라는 생각을 반복했다. 결국 4-5년이 지나도 변한 건 없었다. 반면 정말 하고 싶었던 뉴질랜드 여행은 준비가 안돼도 티켓부터 샀다. 연말 피크 시즌이라 비행기 티켓이 비싸도, 숙소가 좋지 않아도 , 날씨 예측이 좋지 않아도 일단 떠났다. 이것이 바로 의지의 차이였다.
그동안 내가 선택한 것들, 무엇을 한 것, 무엇을 안 한 것, 그것들 모두 나의 의지를 반영한다. 요즘 나는 이렇게 실천하고 있다.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오늘부터 시작한다. 글쓰기를 하고 싶으면 글감이 없어도 일단 한 페이지를 적는다. 등산을 가고 싶다면 이번 주말에 바로 갈 수 있게 스케줄을 잡고, 배낭을 꺼내놓는다. 완벽한 준비가 되지 않았더라도, 일단 그냥 시작하는 것이다.
이제 나는 깨달았다. 변화는 마치 강물과 같다. 강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은 모두가 아는 자연의 이치이다. 강 하류의 강물이 물의 흐름을 바꾸고 싶다고 해도 위에서 바뀌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마치 강물은 나의 시간과도 같다. 나는 어제를 거쳐 오늘을 지나고 내일을 맞는다.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일의 나를 위해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정보를 찾고, 후기를 보고,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결국 부차적인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진짜 중요한 건 내가 그것을 향해 첫 발을 떼는 의지다. 취미든, 운동이든, 공부든, 하기로 했으면 하는 거다. 내가 추구할 의지가 있다면, 탁! 하고 바로 시작하면 되는 거다. 나는 이런 마음으로 마흔을 맞이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