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우물에서 벗어나기
나는 늘 인정받고 싶었다. 특히 '뭐를 맡겨도 해내는 사람', 혹은 '역시 색다른 방식으로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인정받기 쉬운 길을 택했던 것 같다. 이미 누군가가 걸어간 길, 선례가 있는 길, 끝이 보이는 길을 가되 조금만 나만의 방식을 더하면 됐다. 이미 80점 이상의 정답이 있었고, 내가 할 일은 그걸 90점, 100점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성과를 내면서도 끝은 뭔가 허전했다. 인정도 받고 짧은 성취감도 느꼈지만, 내적 만족감은 크지 않았다. 항상 인정받는 일을 해낸 뒤에는 내가 왜 이걸 이렇게 열심히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특히 경험과 연차가 쌓이면서, 나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칭찬받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동안 윗사람, 선배, 선생님, 부모님에게 칭찬받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칭찬을 해주는 위치가 됐다. 칭찬이 없는 지금, 나는 그동안의 노력이 단지 남들에게 좋은 소리 듣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나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삶의 큰 일부분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좀 더 알게 됐다. 이제는 이 인정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1. 인정이라는 우물
인정 욕구를 벗어난다는 건 내가 스스로 만든 우물 밖으로 나가는 일과 같다. 그 우물은 무엇을 하면 어떤 칭찬을 듣고, 어떻게 해야 인정받는지를 차곡차곡 쌓아온 나만의 공간이다. 이 우물 속에서는 내가 보는 세상도, 해야 하는 일도 제한적이다. 매일 같은 우물 안에서 맴돈다면, 나는 계속 인정받기 위한 행동과 방향으로만 생각하게 될 것이다.
2. 우물 속에서 보낸 시간들
인정 욕구가 가득한 우물 안에서는 이미 인정이 어느 정도 보장된 일들만 해내면 됐다. 그 할 일들을 하는데 급급하느라, 왜 그것을 하려고 했는지, 그것이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 일인지 생각하지 못했다. 커리어를 바꾸고, 여러 자격증을 따고, 해외 취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내면의 소리보다는 '넌 남다르다'는 남들의 인정에 집중했다.
일단 주어진 것을 기한 내에 해내고, 이것들을 추구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했지만, 항상 무언가를 끝내면 생각할 틈도 없이 다음 것을 시작해야 했다. "내가 이것을 하려는 이유는 뭘까?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 없이 쌓은 성취의 끝에는 허무함만 가득했다.
3. 우물에서 나오려는 용기
우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그동안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방식을 벗어나 인정이 보장되지 않는 곳으로 나가는 건 큰 도전이다.
그 말은 즉, 누군가에게 칭찬받을 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작업, 내가 돋보이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는 일을 안 하는 대신에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그동안 여러 번의 블로그, 유튜브, 비즈니스를 기획했다가도 황급히 기록들을 삭제한 이유는 남들의 인정을 못 받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려 한다. 나의 30대를 돌아보는 기록, 내게 가치 있는 것들을 공유하는 것, 내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매일 30분이라도 글을 쓰고 공유하려 한다.
나에게 중요한 가치를 중심으로 세운 목표를 이루었을 때의 만족감은 특별하다. 남들이 주는 인정과는 다른 종류의 기쁨이다. 내가 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 작은 실천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인정 욕구를 벗어나는 길은 불편하고 불확실하다. 그래서 불안하다. 이전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남들의 기준이 아닌, 나의 가치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제는 깨달았다. 우물 밖으로 나가는 이 과정이 두렵더라도, 내가 얻는 만족감과 자존감은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