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르웬 Dec 11. 2022

<短 넷> 뭘 해도 안 되는

어머니 어찌 저를 이렇게 낳으셨나이까?

20년 넘게 야간에만 일을 해서인지 밝은 빛만 보면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만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안경에 일정한 농도(?)의 색을 입혀 버티고는 있지만 가끔 강렬한 햇살을 받으며 퇴근할 때면 눈이 부셔서 운전하기 힘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고 비싼 돈 들여 안경 따로, 도수가 들어간 선글라스 따로 구입을 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안경점 사장님께서 이런 내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해주셨다.


자석식으로 되어 있어 쓰지 않을 땐 조수석 앞 서랍에 넣어뒀다가 쓸 일이 있을 땐 간단하게 붙일 수 있는 선글라스 겸용 신형 모델을 추천해주신 거였다. 그동안 쓰던 것은 클립형이라 정확하게 안경에 부착하는 것도 힘들뿐더러 렌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클립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서 힘들었었는데 그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라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하고 구매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아내를 태우고 잠깐 외출을 하던 중에 멋있게 폼 잡으며 선글라스를 장착하고 아내에게 "어때? 나 좀 멋있나?"라고 물었다. 평소 칭찬 한마디 하지 않는 아내이기에 별 다른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입에 발린 소리라도 잘 어울린다는 말을 기대했던 내게 아내는 아무 말하지 않고 거울을 내 눈앞에 갖다 댔다.


그 순간 내 눈앞에 나타난 유명인사는...





바로 저팔계였다.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이..... 이..... 이거 내 얼굴이 왜 이러셔???"라는 말을 내뱉을 뻔.



분명 상상 속의 내 모습은 건치를 뽐내는 톰 크루즈였는데....


못 생긴 사람은 벗어도 안되고 가려도 안되고 뭘 어떻게 해도 안된다.

그것은 불변의 진리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