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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웬 Dec 06. 2022

<短 셋> 아... 아... 아름다우십니다

감출 수 없는 사심

반려동물을 키운 적도 없고 키우지도 않지만 꽤 좋아하는 편이다. 네 다리 이상으로 다니는 생명체라면 기겁을 하는 아내와 털 알레르기가 있는 딸아이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인근 유기 동물 보호소를 찾아 입양이라도 하고 싶지만 혼자만의 욕심으로 덜컥 저질렀다가는 모두가 불행해질 수도 있는 일이라 매일 SNS에 올라오는 사진과 영상으로 대리 만족을 할 때가 많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 아내는 가게를 찾는 강아지가 보일 때면 견상착의(인상착의 아님 주의)를 기억해 뒀다가 내게 상세히 알려주곤 한다. 뽀미(가명, 포메라니안 추정)도 그런 아이 중 하나였다. 가끔 가게에 오는 젊은 여성 고객 중에 자신의 손바닥으로 다 가려질 정도로 얼굴이 작은 강아지를 안고 오는 손님이 있다는 아내의 말에 그런 말도 안 되는 구라가 어디 있냐고 말했었다. 웬만한 어린아이 손보다 작은 아내의 손으로 다 가려지는 얼굴을 가진 강아지라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늦은 시각에 작고 까만 털 뭉치를 안고 들어오는 여성을 보는 순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자세히 보니 자그맣고 예쁜 강아지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성인 주먹 정도의 작은 얼굴을 가진 아이, 뽀미가 확실했다. 말로만 전해 들었던 뽀미의 얼굴 크기는 아내의 말 그대로였다. 그저 과장된 것이려니 생각했던 내가 보기에도 얼굴이 정말 작았다.


한참 후 물건을 골라 계산하러 온 견주에게 강아지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정중히 허락을 구한 후 카운터 위에 살짝 올려놓고 사진을 찍은 후 아내에게 전송하며 지난번에 말했던 그 강아지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오~~ 맞아. 나한테는 사진 안 찍히려고 시선을 회피하던데 용케 잘 찍었네. 근데 견주 얼굴이 잘려서 아쉬워하고 있는 거 아니라?"

"뭔 소리래? 초상권 보호 차원에서라도 사람 얼굴 맘대로 찍으면 안 되는 거 몰라? 난 당신밖에 없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확히 핵심을 찌르고 들어온 아내의 말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이 여자가 내 생각을 읽는 경지에까지 이른 것인가 하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스크로 가려진 견주의 미모가 상당했고 잠시 눈길이 머물렀던 것만은 사실이었으니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아내는 정말 연구대상이란 생각이 든다.


'에휴~ 이 여자야. 그 빠른 눈치를 내 생일 선물 사는 데 쓰면 얼마나 좋을까. 나 뒤끝 장난 아니거든. 아마 내년 내 생일 때까지 물고 늘어질 거야. 앞으로 1년간 각오해.'


최대한 클로즈업 한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너무 작음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실력 차이도 분명 있긴 했지만 초반 운이 너무 안 따라줬다고 봅니다.

특히 두 번째 골, 페널티킥 판정은 명백한 오심이라 생각합니다.

선수들 고개 숙이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픈 아침입니다.

너무 미안해하고 죄송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래전부터 구상하고 있던 매거진입니다.
유튜브 쇼츠 영상처럼 짧은 분량 속에 강렬한 한 방을 추구하기에
때로는 소개글보다 더 짧을 가능성도 있지만 발행 글 숫자 늘리려는 수작이라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대부분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며 가볍게 읽고 피식 웃을 수 있는 글 위주로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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