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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웬 Sep 05. 2021

이대로는 못 살겠다

 어느 50대 남자의 늦깎이 주식 도전기

투자를 권하는 세상

물가 자체에 큰 차이가 있으니 단순 비교는 힘들겠지만 내 부모님은 나보다 훨씬 적은 금액의 벌이로 우리 3형제를 반듯하게 키우셨다. 가난하긴 했지만 남에게 빚 한 번 진 적도 없고 얼마 안 되는 아버지 월급으로도 꾸준히 저축을 하고 집도 장만하고 그렇게 사셨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예금 금리가 높았기에 가능했겠지만 무엇보다 부모님 두 분 모두 그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사셨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 모습을 보며 살았으니 나 또한 그렇게만 살면 되는 줄 알았다. 아내와 나 모두 양가 집안으로부터 물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우리 두 사람 마음만 잘 맞춰 열심히 살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단순히 나이만 먹었을 뿐 세상 물정을 모르고 참 순수한 생각을 하며 살았던 거다.


2년에 한 번씩 쫓겨나야 할 전세살이의 운명에 지쳐 무리해서 장만한 아파트 대출금 상환과 아이가 자라면서 조금씩 늘어나는 사교육비의 부담까지는 그래도 버틸만했다. 남들처럼 여행이나 외식을 자주 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도 나름의 행복을 느끼며 살았다. 열심히만 살면 언젠가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버텼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는 확신이 든다.


최근 들어 미성년 자녀에게 증권계좌를 개설해주는 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유튜브를 포함한 각종 온라인 매체에서도 적금 납입하듯 매월 우량주 1주씩 자녀의 증권계좌에 넣어주고 있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보고 듣는다. 이러다가는 멀지 않은 미래에 돌잔치 선물로 아기에게 반지나 현금 대신 주식을 선물하는 조금은 낯선 풍경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다 이렇게 변했는지 세상을 탓할 생각은 없다. '차라리 그때는 살 만했어.'라는 추억팔이를 할 생각도 없다. 분명한 것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달라졌고 변화된 세상에 적응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힘든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내가 주식에 관심을 가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이 나이가 되기까지 주식이란 것을 모르고 살았다. 수많은 투자자분들에겐 죄송한 얘기겠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 주식이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자들이 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이거나 합법적인 도박판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대박을 꿈꾸는 공간이라 생각했다.


주변 지인들이 너도 나도 주식에 대해 열변을 토하거나 권유와 추천을 할 때도 전혀 관심조차 두지 않고 살아왔다. 어느 유튜브 영상에서 50대에 접어들 때까지 아무 문제없이 잘 살아왔다면 주식판에 뛰어들지 않고도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으니 굳이 이런 위험천만한 공간에 발을 들여놓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

적어도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아무 문제없이 잘 살아갈 거라는 보장만 있다면 나도 주식이란 것에 눈길을 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말이다.



2020년 이른 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상은 급변했다. 나 또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매출의 감소와 함께 찾아온 수입의 급감이었다. 영업정지의 단계에 까지 이른 다른 업종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큰 편이 아니었지만 주변 상가들이 단축 영업을 하거나 영업정지를 하는 상황이 지속되어 상권 자체가 죽어가니 그 여파는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내와 번갈아가며 일을 하는 시간이 하루 20여 시간에 육박할 정도로 근무 시간은 거의 한계점에 이른 상태기에 다른 일을 병행해서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렇다고 해서 몇 안 되는 직원들을 내보내며 인건비를 줄이는 것도 인간적으로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고민의 날들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졌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고 나는 그 해답을 주식에서 찾기로 마음먹었다. 50이 넘은 적지 않은 나이에, 게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시작을 하는 것이기에 최악의 경우 얼마 되지 않은 현금 자산을 모두 날리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떤 시련이 닥쳐올지 모르겠지만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정도 일정한 수업료를 내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긴 호흡을 갖고 뛸 생각이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너무 무모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내게 주어진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뭔가를 결정할 때 단 한 번도 도전을 한 적이 없었다. 선택을 할 때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항상 안정적인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결정을 했었다. 타고난 성격 자체가 그러니 어쩌겠냐만 세상을 살다 보면 한 번쯤 도박에 가까운 모험을 해야 할 때가 오는데 그게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모험은 정말 오랜만에 날아온 문자 한 통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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