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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웬 Oct 18. 2021

이거 왜 이래? 나 S전자 주주야

그 문자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작은 우연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고

살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는 스치듯 만난 인연에서 남은 인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만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경험 삼아 시작한 일이 평생 직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친구를 따라 기획사나 오디션 현장에 동행했다가 의도치 않게 연예인의 길에 들어서기도 한다.


내가 주식이란 것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어느 날 날아온 지인의 문자 한 통에서 비롯되었다.

"지금 토스에서 증권계좌 개설하면 무료로 주식 1주를 주는 이벤트를 한대. 혹시 토스에 증권 계좌 없으면 이번에 개설하고 주식 하나 받아봐."

"뭔 소리야? 지금 있는 은행 계좌도 텅텅 비어 있는 상황에 계좌를 또 개설하라고? 그리고 내 평생에 주식 같은 거 할 일 절대 없거든. 난 도박을 혐오하는 사람이야. "


매사 의심 투성이인 나는 공짜라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라 생각하며 살았다. 가끔씩 뉴스에 나오는 금융사기 같은 것만 봐도 초반에는 일정한 수익금을 나눠주다가 몸집이 어느 정도 커지는 순간 들고 튀는 경우가 많기에 이런 공짜 주식 이벤트도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라 생각했다.


"주식이 왜 도박이야? 혹시 알아? 우량주 하나 받을지. 그거 받으면 바로 팔아서 현금으로 바꾸면 되잖아. 잘하면 치킨값 정도가 공짜로 생길 수도 있는데..... 안 하겠다면 할 수 없고."

지인의 설득은 의외로 빨리 끝을 맺었고 모든 일은 그렇게 싱겁게 끝나는가 싶었다. 내가 오랜만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호기심에 검색을 몇 번 했던 것이 문제였는지 아니면 내뱉은 말과는 달리 이미 마음이 콩밭에 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따라 SNS상에는 주식 관련 글들이 유독 눈에 자주 들어왔다.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각종 이벤트들을 홍보하는 증권사들의 광고글에서부터 연이어 등장하는 지인들의 무료 주식 인증숏까지 거의 모든 포스팅이 주식에 관한 것으로만 보였다.


돌이켜 보면 아닌 척하면서도 언제부턴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연말이 지나고 많은 친구들이 '배당금으로 뭘 샀네, 주식이 많이 올라서 차를 바꿨네'하는 소문들이 들려올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던 게 사실이었다. 남이 어떻게 살든 나만 똑바로 살면 그만이란 자세로 살아오긴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남들이 다 하는(것처럼 보이는) 것을 나만 하지 않는 것은 뭔가 유행에 많이 뒤떨어진 '인생의 루저'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 귀신에 홀린 듯 내 손은 이미 신분증을 꺼내고 있었고 어느새 토스 어플에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고 있었다. 은행 입출금 통장을 비대면으로 개설해본 경험이 있어서였는지 계좌 개설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잠깐 사이에 계좌 개설을 완료했다. 


개설과 동시에 울리는 알림음. '혹시나 나에게 S전자의 행운이...'라는 기대감은 알림 확인과 동시에 날아갔다. "축하해요. 신일 전자 1주를 받았어요." 아, 신일 전자라니, 여름에 자주 등장하는 선풍기로 유명한 그 회사 말인가? '이왕 주는 거 통 크게 좀 쓰지' 하는 마음에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지인들에게 말을 하니 다들 "그래도 크든 작든 S전자는 S전자 아니냐?"며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계좌 개설까지 마무리했지만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주식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상태였기에 증권 계좌라는 것 자체도 생소했다. 그저 온라인 쇼핑을 하듯 증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원하는 수량만큼 클릭을 하고 그 금액만큼 결제를 하면 장바구니 같은 보관함에 'XX주식 몇 주'라고 보관이 되는 줄 알았다. 개그맨 장동민 씨가 매수와 매도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주식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조금 과장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나 또한 그와 비교했을 때 딱히 낫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게다가 비록 푼돈이긴 해도 거의 모든 현금이 정기예금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그걸 해지하고 증권 계좌로 돈을 옮겨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투자할 금액도 없으니 그저 시간만 보내는 날이 하루 이틀 이어졌다. 


이렇게 공짜 치킨의 꿈은 물 건너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 반전이 일어났다. 역시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알 수 없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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