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와 같은 하루였다.
퇴근시간을 앞두고
일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고로 저녁 먹을 시간따윈 내게 사치다.
전쟁 같은 야근을 하고
지하철역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날따라 회사에서 빨리 벗어나고파
빌딩 사이로 난 지름길로 들어섰는데
오피스빌딩마다 불빛이 흘러나왔다.
'쯧쯧, 아직도 일하고 있구나. 밥은 먹고 일하나?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뱃가죽이 들러붙겠다. 다이어터들이여!
우리 회사로 와라!'하고 코너를 돌았는데
눈앞에 노랗게 빛나는 건물이! 뙇!
불 꺼진 창문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여유 없는 것들. 한국은 여백의 미를 중요시하는데 말이야.
저 건물에서 미친듯이 일만하는 건가.
그런 건가?
으... 징글징글하다.
팔뚝에 소름이 쫙 돋았다.
넋놓고 건물을 보는 사이에
길 건너 신호등이
깜박 깜박거렸다.
너라도 얼른 집으로 가라고
늦었다고
깜박 깜박.
빨간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