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미스터리
"꺅!"
또다시 시작됐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 울리는 소리. 이번에는 어디인가.
왜! 하필! 어째서! 신고하는 사람이, 목격자가 대부분 나인가. 불합리하다. 더는 참을 수 없다.
서무실에 알릴 때마다 나를 향한 표정, 고칠 때까지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말할 때마다 나를 보는 시선... ... . 억울하다. 나는 피해자이고 목격자이지 범인이 아니란 말이다!
사회자=자, 지금부터 토론을 시작합니다. 이번 안건은 '화장실 ○○사건, 범인은 누구인가?'입니다.
A=저는 억울합니다! 우연하게도 제가 화장실에 갔을 때, 이미 역류한 모습을 발견했고, 신고했을 뿐, 제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B=그렇다고 보기기에는 의심쩍은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빈도 수죠. 신고한 횟수가 요번이 처음이 아니죠? 제가 알기로 벌써 네 번째 아닌가요?
A=아닙니다. 신고한 것이 세 번이고, 발견 횟수가 총 네 번입니다. 오늘 건은 선배가 서무한테 알린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는 데 불편함을 느낄까봐, 걱정돼서 알린 것입니다.
사회자=그럼, 화장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말씀해보십시오.
A=첫 번째는 작년에 발생했습니다. 퇴근 전에 화장실에 들렀는데 전산팀 직원들이 대걸레를 들고 우왕좌왕하고 있었어요.
음료를 변기에 붓고 내렸는데 갑자기 넘쳤다며 A4용지에다 '고장'이라고 뽑아서 오라고 다른 직원에게 시키고 있었습니다.
얼른 퇴근해야 되는데 늦었다며 발을 동동거리던 전산팀 직원을 보고 안쓰러워서 서무에게 가서 알렸습니다.
"여자 화장실 변기가 역류했어요. 젤 왼쪽 첫 번째 칸이에요!"
B=어디를 기준으로 왼쪽인가요? 화장실 문을 기준으로 한겁니까?
A=네. 문을 기준으로 들어왔을 때 제일 왼쪽 칸이었어요. 화장실 도면도를 보며 설명드리죠. 첫 번째는 1번칸에서 역류했어요. 두 번째는 3번, 세 번째는 2번, 그리고 오늘은 1번칸에서 역류했습니다. 우연찮게도 제가 발견한 것만 그렇습니다.
B=화장실 상태는 어땠나요?
A=끔찍했어요. 전산팀 분들 도와줬을 때가 그나마 젤 나았어요. 두 번째부터는 정체불명의 물과 건더기가 쿨렁거리면서 나왔더라고요.
제가 들어갔을 때는 이미 전체 칸이 물에 젖어서 번들거렸어요. 오늘은... 으으..1번 칸에 해초 같은? 검붉은 색 건더기가 바닥에 흩뿌려진 상태라 식겁하고 3번 칸으로 갔어요. 믿고 싶지 않았어요. 이게 벌써 몇 번짼지. 욕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제가 들어온 지 얼마되지 않아 따라 들어온 선배는 "이게 뭐야! 내가 멀 본거야!!"하고 비명을 지르며 나갔어요.
사회자=이상하군요. 고장났을 때마다 A가 화장실에 있었다고요?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까?
신고한 다른 사람도 없었고요?
A=네, 보통 일이 마무리되거나 퇴근 전에 화장실에 가잖아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필수고요. 저도 그래서 들렀던 건데 그 전 사람들이 변기에 무엇을 집어넣었는지 이미 역류했거나, 앞사람이 물을 안 내리고 가서 내리니까 역류한 상황이었어요.
처음과 두 번째, 그리고 오늘은 화장실에 다른 사람이 있었고요. 세 번째에만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들 수습은 안하고 그냥 간 것 같아요. 생각하니 또 짜증이. 뭐 우리가 막일 담당인가? 서무에게 알리는 것도 저 아니면 저희 팀 원들이었어요.
B=다 본인이 저질러놓고 무마하려고 서무한테 알린 것은 아닙니까? 아니면 이렇게 타이밍 좋게 그럴 수는 없을텐데요?
A=제가 범인이라면 신고를 했을까요?조용히 안 그런 척, 모르는 척 자리를 떴겠죠! 이렇게 억울해 하지도 않았겠죠.
다 같이 쓰는 곳이면 양심적으로 깨끗하게 써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상한 거 변기에, 세면대에 버리고 물도 안 내리고. 휴지 떨어뜨린 거 치우지도 않고!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 그러면 안 됩니다. 어떻게 된 게 역내 화장실보다 더러울 때도 많아요.
그리고! 보는 즉시 알려줘야 빠르면 퇴근 전, 늦어도 내일 출근 전에는 고쳐질 게 아닙니까. 내일은 화장실 안 갈 거 아니잖아요?
B=본인이 아니라면 누가 그렇게 했다는 말입니까? 다른 선량한 사람을 의심하는 건가요?
A=저는 결백합니다. 남을 도와주려고 한 행동 때문에 오히려 제가 오해를 받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 나온 겁니다. 의심가는 사람이야 많죠. 저보다 앞서 화장실 쓴 사람들! 그 시간에 여유 있게 화장실에 왔다면 다른 부서 사람이겠죠.
저희 팀은 최종 마무리를 해야 돼서 마지막에는 화장실 갈 여유도 없어요!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양심없이 똥만 싸지르고 튄 사람들, 다음에도 또 이러면 가만 안 둘 거에요. 하다못해 수습이라도 해놓고 가요. 쫌!
사회자=의견 잘 들었습니다. 본인이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아니라는 주장과 그것을 반박하는 견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