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강정, 너만 믿는다!-
저번의 다짐 이후로 유부초밥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다.
정확히는 부엌에 온 일이 손꼽을 정도?
옛날에 비하면 친구들도 많이 안 만나는데
무언가 배우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야근 때문인가?
아무튼간에, 오래간만에 대휴를 맞아 늘어지게 늦잠을 잤다.
이웃집 점순이를 꼬셔서 맛난 걸 먹으려 했는데
넘어가 주질 않는다. ㅠㅜ
궁한 사람이 움직일 수밖에.
어제 장을 봐 뒀던 두부와 칼국수 면을 꺼냈다.
두부 강정은.. 몇 번 해봤으니까 실패하지 않을 거야.
얘 먼저 하자.
비닐 제거 후, 물을 한 번 빼고, 깍둑썰기 한 뒤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한다.
비닐봉지를 하나 준비한 뒤, 전분가루를 적당량 넣고 두부를 넣고 흔들어 준다.(쉐킷 쉐킷!)
기름을 넉넉하게 붓고 두부를 튀기듯이 구워준다.
오오 맛나 보임!
냉동실에... 칠리새우 남은 걸 마저 튀겨준다.
소스는... 탕수육 소스 있으니 전자레인지에 빠른 해동으로 한 번 돌리고.
그릇에 담아서 30초 다시 데운다.
그다음.. 문제는 칼국순데... 육수를 일단 내고.. 양념을 어떡할까?
핸드폰이... 방에 있는데... 요리 책에 없나? 없구나 ㅠㅜ
큭.. 운에 맡겨야 하나. 너는 나를 믿느냐?
고추장 양념된 게... 알탕!? 우후후.. 점순이... 너는 나를 도와주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거야.

고추장 세 숟갈, 국간장 세 숟갈, 청하 한 숟갈, 다진 마늘 조금, 고춧가루 한 숟갈...
요리의 신이여! 나를 도와주소서.
한쪽 냄비엔 다시팩에 다시마와 멸치, 보리새우를 넣고
무와 양파, 고추를 넣고 끓인다.
양념장도 풀어야지. 미나리랑 깻잎도 썰어놓고..
애호박이나 감자가 있으면 좋은데.. 사러 가기 귀찮으니 그냥 하자.
두부가 다 익었나? 흠.. 한 번 더 튀겨야겠다.
칼국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문이 열렸다.
"배가 엄청 고팠구나? 요리를 다 하고. 이건 뭐야? 오오! 두부 강정 맛있겠다. 이건 뭐야? 칼국수? 맑게 끓이는 거 아니었어?"
도와주지도 않아놓고 말이 많다....
"난 칼칼한 게 좋아!"
"근데, 이거, 칼국수 아무 맛도 안 나는데? 물이... 너무 많은 거 아님? 몇 인분을 하려고?"
그때부터였다. 당황하기 시작한 게.
"양념은 찾아본 거야?"
"했는데, 알탕 양념..."
"뭐? 없으면 핸드폰으로 찾아보지?"
"핸드폰 방에 있어서...."
"그래도 찾음 됐었잖아."
아놔. 말만 하지 말고 칼국수를 살릴 방법을 찾아봐봐 좀!
"일단... 다시마랑 멸치랑 좀 더 넣고 끓이고..."
"국간장을 좀 더 넣었어. 애호박이 없어서 맛이 안 나나?"
"1인분만 일단 끓인다? 칼국수 면은?"
"옆에 꺼내놨어. 식탁에 나머지 세팅 다 해놨고."
"오키~!"
테두리에 물결무늬가 있는 노란 접시에 새우튀김과 두부 강정이 사이좋게 담겼다.
옆엔 탕수육 소스와 다진 미나리와 깻잎이 놓여 있다.
가운데에는 회심의(!?) 고추장 칼국수와 혹시 몰라 꺼내놓은 감자볶음(칼국수를 구원하라), 김치, 구운 김 부순 것, 참기름 병을 놓았다.
이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먼저 참기름과 김가루를 뿌리고 먹어보았다.
오! 생각보다 맛나다. 회사 앞 얼큰 칼국수만큼은 아니지만.
"오~ 생각보다 괜찮아~ 언니가 한 것 중 제일 간간한데?"
"감자볶음 넣어서 먹으니 더 괜찮아! 이게 우려난 게 없어서 그랬나 봐.
담엔 애호박이나 감자 넣어서 먹자."
오오, 그렇단 말이지?
"어?! 여기에 미나리 넣으니 상큼한데? 국물이 알탕 양념이어서 그런가 봐. 대박."
"ㅋㅋㅋ 그렇지? 내가 이러려고 알탕 양념으로 한 거야. 아, 웃겨."
"검색 좀 하자. 제발!"
"어, 알겠어. 더 먹어. 맛이 없니? 내가 해서 그런 거지?"
"아.. 그건 아니고, 나 많이 먹었어. 근데 왜 떡이 이거밖에 없어?"
"아아.. 망할까 봐 조금만 넣었어. 정말 조금~만."
"하긴 언니의 조금은 정말 조금이지. 그래도 난 내가 한 요리만 아님 잘 먹어."
" 왜 네가 한 요리는 망치면 안 먹냐?"
"기분이 나빠서. 내가 만들면 다 맛있어야 해!"
그럼요. 어련하시려고요. 괜히 점순이가 아니죠.
오늘의 교훈. 처음 한 요리는 조금만 하자.
둘, 책에 없으면 꼭! 검색해보자.
셋, 사고 치기 전에 믿을 만한 셰프(조수)를 호출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