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스위치를 켠다
야근 모드온!

-가로 치고 바보 모드라 읽는다-

by YS

어제도 오늘도 야근이다.

다행히 막내라 스위치를 세 단계 내렸다.

'야근 모드-바보 모드온.'


"이것 수정 부탁드려요."

"한 번 더 부탁드려요."


야근할 때는 적은 인원이 많은 일을 하기 때문에

다른 팀 기분을 더 살펴야 한다.

오늘은 담당자 기분이 괜찮아 보인다.

웃으면서 "고치려고 보면 자꾸 틀린 게 보여." 한다.

예스! 이대로만 가다오.

하지만 전화가 울린다. 아까 고친 면이다. 이번에는 또 뭐야.

편집자께 세 번째 수정할 걸 가지고 갔더니 이제는 짜증 모드다.


"한 번에 다하지, 왜 자꾸 와?"

저도 그러고 싶어요. 진심으로.

"하하하. 그러게요. 고쳐달라고 전화가 와서요."


난 아무것도 몰라요. 저쪽 팀에서 고쳐달라고 시킨 거예요.

생글생글 생글. 입꼬리에 경련이 나도록 웃고 있으니

편집자가 마지못해 종이를 낚아채간다.



이게 내가 일할 때 스위치를 끄는 이유다.

내 머릿속에 스위치를 필요에 따라 켰다가 끄는데

평상 시야 상관없다.

야근할 때는 보통 바보 모드다.


나도 사람인지라 상대편이 짜증내거나 귀찮아하거나

신경질 내면 힘들어서 아예 기계처럼 일하기로 맘먹었다.

성격 같아서는 너도 나도 마감시간 같은 건 마찬가진데

난 안 바쁘냐? 나는 뭐 말하고 싶어서 네 앞에 있겠냐? 그러고 싶다.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바보 모드로 다니니 스트레스받는 일이 줄었다.

다만, 순발력 있게 대처가 힘들고

다른 팀이 물어보는 말이 다 튕겨나가서 응대가 힘들 수 있다.

"뭐라고요?" "잠시만요. 여쭤보고 올게요." "지금은 바빠서요."



물론 일이 엄청 바쁘거나(국회에서 한 건 했거나, 선거나 사회적 이슈가 있으면)

긴 야근을 하는 중이면 비상모드로 대기한다.

팀에 누를 끼치면 안 된다. 사고 터지면 나만 힘들고.


언젠가는 바보 모드로 스위치 켠 상태로 일하고 있는데

다른 팀에 누가 뭘 물어봤는데 대답을 한 번에 못했다.

그랬더니 " 아~ 잘 모르는구나." 하고 들리게 얘기하는데 울컥했다.

너한테만은 그런 얘기 안 듣고 싶거든!

틀리게 알려주느니 알아보고 말해주려고 한 거거든!

선배께 답을 확인하고 그 사람에게 알려주고 돌아서는데 씁쓸했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한 일이 팀에 누를 끼치는 건 아닌가.

언제쯤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나. 바보 모드 아닌 상태에서 스트레스 안 받을 방법은 없나.

개가 되면 가능한가. 일 잘하고 사나운 멍멍이 모드로? 다 물어뜯으면 되나?

오만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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