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만 하던 김밥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간만의 약속에 부른 배를 두드리며 왔건만
효율 낮은 내 위는 또 먹을 것을 달라 아우성이다.
햇차를 신나게 마신 덕에 점심 때 먹은 오리고기가 소화가 다 됐을까.
냉장고를 뒤적거리는 내게 동생이 전화했다.
"밥 먹었어?나 배가 넘 고파서 뭐든 먹고픔.
집에 뭐 있나?"
"김밥재료랑 떡볶이 떡이랑 라면 있지.
라면 끓여줄까?"
"밥 먹고픈데. 언니가 김밥이랑 떡볶이해줘라."
"어? 나 만든 적이 없어. 그 두 개는.
그러고보니 그러네."
"김밥은 밥 살짝 데워서 좀 식혔다가 얇게 밥을 올리면 돼. 양쪽 끝은 여분 남기고.
위쪽에 얇게 밥알 몇 개씩 보이게 펴바르고.
떡은 일단 물에 담궈놔."
"알았어."
음. 이 나이 먹고 김밥은 처음 해보네.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에도 엄마랑 동생이 김밥 쌀 때 난 먹기만 했구나.
떡볶이도 당연히 동생이 만들어 주는 거라 생각했고. 내가 좋아하는 잡채랑 된장찌개나
여러 번 했지.
희안하다. 나 진짜 좋아하는 것만 했구나.
다른 의미로 나도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살핌을 받고 있었구나. 가족들의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네.
요리는 엄마랑 동생이 하는 것. 나는 보조와 뒷정리가 내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었구나.
안 해 본 게 많으니 앞으로 할 게 많아서 좋네.
일단 밥을 데우고, 김밥김 위에 올리고, 재료는...보색끼리 올려야 예쁘다 했는데.
대충 이런 느낌인가.
그냥 말면 되나?
달칵. 우리 집 셰프가 왔다!
"나 왔어! 김밥하네? 넘 세게 누르지 말고.
한 번씩 누르고 끝까지 만 뒤
다시 둘둘 말아서 살살 눌러줘.
손으로 마사지하듯이 꾹꾹 만져서 마무리짓는 거야. 이음새 있는 부분이 아래로 가게 하고 참기름 발라서 자르면 돼."
"잘하네. 안 해서 그렇지. 손이 야물어서."
"이거 자꾸 풀리는데?"
"한번 더 말았을 때 힘줘서 잘 함된다. 오! 다했네."
내 손으로 처음 만든 김밥.
뿌듯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부끄럽기도 한 것이 기분이 묘했다.
삐딱하게 대각선으로 말렸고
여기저기 풀렸지만
오이지의 새콤함과 백김치의 짭짤함과
계란의 고소함.
혀에 닿는 순간 미지근한 밥알의 온기가
다음을 재촉했다.
다음에는 유부초밥을 해볼까.
있는 것 먼저 할까? 낼 일찍 퇴근하면 장봐왔던 꽈리고추를 쪄야 겠다.
모르면 엄마께 여쭤보거나 네이버에 검색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