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나

그랜드 마스터클래스 빅 퀘스천- 상실의 시대

by YS



2016.1월. 29일 금요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하는 그랜드 마스터클래스 빅 퀘스천.
작년 겨울에 예스 24에서 했던 이벤트에 당첨이 돼서 가게 됐다.

너무 예전에 했던 거라 잊고 있기도 했고
연락도 안 오길래 당연히 안 됐을 거라고

생각하던 차에
당첨됐다는 것을 알게 돼서 급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직장인들의 비애다.

다행히 일요일에 출근한 걸로 대휴가 발생된다고 해서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선배들께 양해를 구하고 갔다. (금요일 아침 출근을 선배 혼자 하게 돼서 정말 죄송했다. 그래서 아침면 기사를 미리 보고 대장까지 확인해서 선배께 드렸다.)

빅 퀘스천 사진


초대권 사진



29일 날 강연에는 송길영 씨부터 해서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까지 나온다고 돼 있었다.

개인적으로 진중권 씨 강의는 꼭 듣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인 것 같았다. 송길영 씨도 김제동 씨가 하는 토크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것을 봤었는데 조금 기대하고 갔었다.
문제는 강연 시간이 짧게 여러 번 이어지긴 하지만 8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지와 혼자 가서 얼마나 있을 수 있을 것인가였다. 보통 내가 갔던 강연은 2시간 정도가 최대였고 혼자서도 가봤지만 이건 체력과 정신력의 승부가 될 것 같았다.

강연자들은 전문 분야도 달랐고 강의 타이틀도 달라서 어떻게 연결되려나 궁금했었는데 첫 번째 강의를 듣고 두 번째 강의를 듣고 나니 "와 이게 다 연결이 되네" 싶었다.
각자의 강의를 하지만 마지막 강의까지 듣고 나면 퀘스천의 큰 질문인 '상실의 시대'라는 주제를 크게 아우를 것 같았다.(이렇게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강의실이 너무 추웠다. 컨디션 악화로 네 번째 강의까지만 듣고 나와야 했다.)

송길영 씨는 '왜 정답을 묻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답은 개인이 자신의 안에서 찾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 블로그, 데이터 속에서 답을 구하고 있다."


'남들이 많이 하는 것' '생각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맞춰가다 보니 자신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자유여행이라는 명목 하에 인터넷, 블로그, 여행 책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길, 맛집, 루트로 짜서 답사하듯 가는 여행이 무슨 자유 여행인가.
하다못해 취업을 하기 위해서 남들이 다 하는 것(자격증, 봉사활동. 인턴활동, 어학연수 등등), 공식이 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사람들에게서 개성을 찾을 수 있을까. 깊이를 찾을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은 누구인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로봇 제작자이자 대학교수인 데니스 홍은 '재미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데니스 홍은 본인이 좋아하는 로봇 만들기와 게임에 비유해서 재미에 관해 이야기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이고 이것이 바탕이 돼야 오래 기억에 남고 자신의 것이 된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싫어하는 것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다른 공부는 열심히 했는데 수학을 싫어했던 데니스 홍에게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미술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나타낼 수 있는 '언어'이고 수학은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언어'다." 그 이후 수학과 과학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했다.

"사람들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일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일에서 재미를 찾지 못한다."

과연 우리는 어떠한가. 본인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일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진중권 씨는 본인이 다녔던 학과가 요즘 시대에 맞는 학과가 서 좋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사양 학과였던 '미학'이 요새 트렌드에 맞는 학과가 다고. 그때 자신이 그 학과를 가지 않았다면, 강연을 하는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수도 있다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이렇다.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진중권 씨는 인간이라는 종족의 변천사(생각하는 인간-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언어를 사용하는 인간 등)-를 얘기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요즘 사회는 '놀이 문화' '놀이하는 인간(호모루덴스)'으로 변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처럼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 사진, 놀이가 발달하고 다른 이들의 참여와 공감을 기대하는 문화가 됐다.

이렇듯 남들과 생각을 공조해야지만 존재할 수 있는 사회에서 ' 나'는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본인 다움.' 본인만의 생각과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내면의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처럼, 자신을 일깨워야 한다.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 적응한다는 명목 하에 '자기 자신'과 나만의 '생각'을 잃어버린 사람이 다. '남'이 있어야지만 존재할 수 있는, 태양이 있어야만 빛을 낼 수 있는 행성처럼 바뀌어 버렸다. 나라는 주체를 잃고 객체가 버린 우리는 껍데기에 지나지 않다. 알맹이를 채워야 한다. 자신만의 생각을 하고 쌓아야 한다. 껍데기를 부수고 나온 '내'가 야 한다.
카프카는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 있는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고 했다. 비어버린 마음과 생각을 채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책 읽기다. 음악 감상, 전시도 좋다. 다양하게 찾아보다가 자신과 맞는 것이 있다, 이것이 궁금하다고 생각되면 그중 하나를 파고들어라. 여러 'T'자를 그리다 보면 그것이 연결돼서 'H'가 된다고 했다.
깨달은 것은 기록하고, 또 다른 것을 찾아 움직여라. 아르바이트든 공모전이든 인턴이든 사회생활이든 행동하라. 생활 속에서 부딪히면서 얻은 것들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오래된 것을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 그것은 창작물을 포함해서 '생각'도 마찬가지다. 김영하는 기존 고전소설에 대해 본인이 질문한 것들에 대한 답을 적어놓은 것이 자신의 작품, 소설이라고 했다. 생활 속에서 책에서, 영화에서,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꾸준히 생각할 것들, 질문할 것들을 찾아내자. 나라면 어떻게 할까.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할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생각하는 나,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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