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혼자 깨어 있다 보면
목적 없이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나를 보게 된다.
괜히 TV 채널을 돌리고
오래간만에 음악 앱도 돌아다니다가
쇼핑사이트와 앱들 여러 개를 눌러 예뻐 보이는 것들에 찜하기와 하트를 누르고
애써 외면했던 어렸을 적 갖고 싶었던 물건이라든가
로망들이 떠오르면서
미친 듯이 검색하다가 문득 현타가 와서 지금까지의 행동들을 부정한다.
아냐 아냐 이건 실생활에 쓰기 불편하고
저건 너무 화려해서 몇 번 입지 않을 것 같고
또 지금 보는 건 식기세척기나 전자레인지 사용도 불가능한데 왜 사야 해?
하지만 다기 세트도 갖고 싶었다.
한정판 홍차잔 세트도. 웨지우드나 로열알버트나 포트넘 앤 메이슨, 레녹스 빈티지 그릇도 이쁘지.
빌레로이 앤 보흐 그릇도 아름답고.
보석단추와 레이스가 달린 이쁘고 우아하지만 입으면 신경이 엄청 쓰이는 옷들과 광택이 아름다운 벨벳 액세서리 등....
니트커버 쿠션이라든가 뜨개나 레이스로 만든 인테리어 용품(건조기 안 되고 손빨래로 해결해야 하는 것들),
그 먼지 쌓이면 골 아픈, 하지만 아롱거리는 빛이 다한 샹들리에도.
잘 착용하지도 않으면서 반짝이는 귀찌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좋아하는 나를 보며 이것들은 밤만 되면 나타나는 망령들인가.
시간이 지나도 더해가는 열망은 가지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가,
나의 대쪽 같은 취향 때문인가.
아니면 스트레스 폭주 모드?
그것도 아니면 실용성과 활용도를 따지면서
갖다 버린 나의 꿈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밤만 되면 지나치게 솔직해진 나머지
한때 저 물건들을 모아야겠다고 다짐하던 어린 시절의 내가 숨어 있다 튀어나오나 보다.
꽁꽁 숨겼던 소망과 함께 말이다.
이성이 먹히지 않아서 최고 위험한 이때,
세상은 ○○○페이며 간편 결제를 만들어 놓아서
한 달 예산을 위태롭게 만든다.
아주 위험하다. 고삐 풀린 소망들은 재정과 함께 마음도 흔들어놓고 나는 다음날 잠에서 깬 후 자책하게 되겠지.
왜 그랬나 물욕에 굴복한 자여. 밤엔 조용히 잠이나 자라고 했지? 정신 차리자. 나와 또 내 안의 자아여.
이 시간까지 미망에 잠긴 이들은 빨리 잠자리에 들기를. 꿈속에서 어린 그대와 아름다운 수집품들과 함께하기를.
곱고 사랑스러운 것만 보기를. 밤에 홀로 헤매는 이들에게 따사로운 불빛이 옆에 존재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