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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독관리사무소장 Nov 25.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냄새가 나서 미안해

<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23)

2017.05.19 FRI 비 온뒤 갬

Total : 342.7

Today : 13.3 @River Rd.Unaka Spring Rd+Erwin


오늘부터 3일간 AT에서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는 트레일 데이즈(trail days)가 열린다. 미국에 오기 전 부터 쉐퍼드가 워낙 이 행사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또 이 행사에 가게되면 우리보다 1주일 가량 먼저 출발했던 쉐퍼드랑 만날 수 있지 않을까했다. 그래서 우리는 트레일 데이즈가 열리는 다마스커스(Damascus)를 향해 트레일 데이즈 행사 날까지 열심히 걸어가자고 다짐해왔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짓궂어서 하루에 걷는 길이가 적었던 날도 있고 길 자체도 험하여 제법 속도가 나지않아 다마스커스까지 걸어서는 도통 도착할 수가 없었다. AT의 가장 큰 행사라하니 걸어가지는 못하여도 '히치하이킹'을 해서라도 트레일 데이즈를 가야하나 싶었지만 소모되어질 시간이나 비용, 그리고 그 히치하이킹을 할 때의 피로도 등 때문에 이 역시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마을 어윈(Erwin)에 가니 트레일 데이즈를 가는 여부는 그 뒤에 생각해보기로.


트레일에서는 항상 배가 고프다. 먹는사진이 유독 많은 이유이기도 할려나.

 

마을 가는 날 아침은 꽤나 즐겁다. 마을에 간다는 생각 덕분인지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가뿐한 편이고. 그러나 길은 조금 지루한 편이었다. 이제 곧 마을에 도착한다는 기대감이 증폭되서일까 산 길을 걷는 시간이 더디가는 느낌이었다. 점심 무렵이 다 되서야 마을입구에 도착하였고 겨우 히치하이킹을 하였다. 지난 며칠 간 비도 자주 왔고 엄청난 무더위가 이어졌기에  내 스스로에게 냄새가 난다고 느꼈는데, 히치하이킹을 한 뒤 내 옆에 앉은 오빠가 말했다.


"우리 냄새가 많이 나나봐. 뒤에 사람이 입막고 있어."


어쩌면 웃긴 상황인데 우리를 태워준 사람들에게 괜시리 미안해지고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차에 탄 뒤에 '한국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괜히 했나 싶을 만큼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한국사람들이 모두 지저분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앞으로 하이킹을 하다가 좀 냄새(?)가 나는 친구들이 있어도 이해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따뜻한 물로 씻고난 뒤에 우리를 태워준 친구들을 다시 만나 사실 나는 이렇게 냄새나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이야기하고 싶기도 했고. 하하하.


호텔에 도착하여 뜨끈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이토록 좋을 수가 없었다. 산 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마을에 도착하여 씻고 첫 끼를 먹는 순간은 더더욱 좋다. 이런 감정들때문에 장거리 트레일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트레일 데이즈에 갈 지 말지는 우선 나중에 더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일단은 침대에 누워 그냥 푹 쉬고 싶으니까.


Facebook : @seeyouonthetrail
Instagram : @stella_sky_asi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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