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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독관리사무소장 Nov 23.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람이 만든다.

<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22)

2017.05.18 THU 흐림

Total : 329.4

Today : 19.4 @ whistling gap



정말 한번도 깨지않고 참 잘 잤다. 지난 저녁, 도로변에서 호스텔같은 공간을 만날 수 있었는데, 단돈 10달러면 텐트를 칠 수 있다길래 그냥 이곳에서 머물다 가기로 하였다. 물론 실내공간도 있긴했지만 예상치않았던 숙박보다는 텐트사이트도 충분히 좋겠다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예약을 끝낸 우리에게 주인아저씨는 다시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말을 걸었다.


"오늘 아무래도 아무도 안 올꺼같아. 혹시 너네 실내에서 잘래?"
"실내 가격은 다른데?"
"응. 텐트사이트가격냈지만 그냥 실내에서 자도 되. 편한대로 해."


큰 이익보다는 하이커들이 편히 쉬고가게끔 편의를 더 봐주었던 숙소, 트레일엔젤들 덕분에 트레일은 꽤 따뜻하다.


마다할 필요가 없는 선의였다. 실내에서 잘 수 있다

길래 냉큼 실내에서 자기로 결정 하였다. 텐트나 개인실이 아닌 벙커룸(다인실)에서 잤기 때문일까. 다음날 아침, 며칠간 피곤했기때문에 늦잠을 잘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또 습관처럼 7시에 눈이 떠졌다. 하지만 푹 자고 일어나 개운함과 함께 아침을 맞이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Laurel hostel에서는 숙박비용에 샤워가 포함되어 있지않아 별도로 5달러를 내야했다. 그 누구가 그곳에 감시하는 사람이 없어 샤워를 해도 몰랐을 테지만 샤워비용을 내지 않았던 우리는 샤워를 하지않았다. 더불어 그냥 가져와도 몰랐을 콜라 2캔도 추가로 돈을 내고 구매하였다.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양심적으로 행동했던 우리들을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인터넷도 하며 9시가 되어서야 출발하였다. 오늘 역시 무더위의 날씨였다. 아무래도 며칠 전까지 장마 기간이라 비가 연거푸 쏟아지고 이제 무더위가 시작된 것 같다. 게다가 오르막이 꽤 길게 이어졌는데 땀이 비오듯이 흘렀다. 계속해서 물이 마시고 싶었고 속도는 잘 나지않는 것 같았다.

제법 큰 도로와 연결되있는 샘스 갭(Sams gap)을 지나 다시 산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내 뒤에 있던 오빠가


"하늘아! 트레일매직!!"


이라고 소리질렀다. 뒤 돌아보니 한 SUV 차량이 멈춰섰고 백발의 노인 두분이 트레일매직이라며 즐거워하시며 차에서 내리셨다.

몰포와 타이거릴리라는 트레일 네임을 사용하시는 두 분은 다마스커스(Damascus)에서 열리는 하이커스 데이(Hikers's day)에 가시는 중인데 트레일매직을 두고 가려던 참이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맥주와 비스켓, 콜라, 오렌지 등을 제공해주셨고 한참을 이야기하였다. 무더위에 지쳐있던 차에 시원한 맥주를 한 병 마시니 무척이나 시원하였다. 시원하게 보관하고자 얼음까지 얹어져있던 콜라와 오렌지, 비스켓을 더 챙겼고 다마스커스에서 보자고 인사를 한 뒤 우리의 갈길을 계속하였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헤어져 길을 걷다보니 우리가 트레일매직을 만났던 샘스 갭에 관련된 표지판을 보았다. 원래는 사유지인데 유나이티드 스테이트 내셔널 포레스트(미국유림, united state national forest)에 기증을 하였다는 글이었다. 사유지를 가지고 이익을 남기기위해 애쓴다는 이야기를 쉽사리 접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사뭇 다른 분위기라고 생각되었다.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작게나마 타인을 배려하여 트레일매직을 하는 사람들, 이해타산보다는 더 큰 뜻을 위해 사유지를 기증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덕분에 하이커처럼 이런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도 자유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것 아닐까싶었다. 오늘의 한마디라면 AT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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