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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독관리사무소장 Nov 20.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이 최고!

<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21)

2017.05.17 WED 맑음

Today : 310.0

Total : 21.8 @Rector Laurel Rd



갭(gap : 산과 산 사이의 골짜기와 같은 지형)에서 잔 바람에 아침부터 오르막길을 올라야했다. 열심히 걷고 있는데 오빠가 다른 날과 다르게 속도가 무척 더뎠다. 무슨 일이 있는가 했는데 계속 피곤하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오잉 무슨 일이지.


여태 그랬던 적이 없는지라 걱정이 되서 쉬었다가 가겠냐고 물었는데, 오빠는 일단 계속 가자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내 속도대로 가면 본인이 늦어도 따라오겠다고 하였다. 간밤에 잤던 곳에서 물이 조금 부족하여 어제 저녁에 떠 놓았던 물 500ml가량이 전부였기 때문에 일단 쉘터까지 가야 물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일단 계속 걷기는 하였지만 '혹여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이 되어 계속 뒤를 돌아보며 오빠가 오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걸어갔다.

드디어 쉘터에 도착해 물을 떠와 충분하게 수분 보충을 하였다. 아마도 물을 500ml넘게 벌컥 벌컥 마신 것 같다.  그리고 한 시간 가량을 쉬자 다행이 오빠의 컨디션은 좋아졌다. 요 며칠 무더위로 더위를 먹었든지 애드빌PM(애드빌은 진통제로 'PM'이 붙은 것은 수면을 도와주는 성분까지 들어있다. 근육통 등의 이유로 자기 전 한 알씩 복용하였다.)을 복용하여 바이러스가 몸속에서 싸우고 있는거든지, 추측만 할 뿐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일단 컨디션이 좋아져서 다행이었다.


혹여 물이 없거나 귀한 구간에는 하이커들을 위해 트레일엔젤들이 물을 가져다 놓기도 한다.


만약에 오빠가  산 길 한가운데서 아프게되면 나는 어찌 해야하는 걸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른 트레일보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이라 도움을 청할 수 있었겠지만 조금은 막막하게 여겨졌다. 영어로는 증상 설명을 어떻게 해야하지 어떤 걸 도움 요청 해야하지 등등.이 뿐만이 아니었다. 혹여나 길에 가다가 다리를 다치거나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나는 어찌해야하나 싶었다. 이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빠도 마찬가지일테다. 그러니 오빠도 나도 항상 안전과 건강에 조심해야하는 것이 우선순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300마일을 넘었다. 이 길을 걷기 시작한지 21일째. 비록 산술적으로 300마일을 21일로 나누면 아직 하루 평균 14마일대로 예전보다 늦어졌지만 속도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로 마음먹었다. 느려도 괜찮은 곳, 이 곳이 아닐까.


Facebook : @seeyouonthetrail
Instagram : @stella_sky_asi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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