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20)
2017.05.16 TUE 맑음
Total : 288.2
Today : 14.8 @ Allen gap
핫 스프링스 마을을 떠나 또 다시 길 위에 올랐다. 아침부터 강하게 내리쬐던 햇빛은 여전히 뜨거웠다. 오늘은 특히 무더운 날씨처럼 여겨졌다. 트레킹을 하며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눈에 땀이 들어갈 정도로 된 적은 꽤 오랫만 인듯했다. 날씨가 무덥다보니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게 느껴졌다. 게다가 오늘은 꽤나 오르막내리막이 잦아서 마치 미로에 들어선 것은 아닐까도 싶었다. 비가 와도, 날씨가 너무 좋아도 힘들구나.
그러다보니 왜 걷는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순례자>에서는 신에 대한 구도로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나의 경우 그냥 산과 트레킹이 좋아서, 이전에 CDT걸었던 것이 좋아서,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보고 싶어서 걷기 시작하였고 무엇보다 오빠의 트리플 크라운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걷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외국문화 그 중에서도 하이커문화를 경험하고 싶어서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 늦은 시기에 AT를 시작해서인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하이커친구들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또한 동부의 특성때문인지 같이 어울리는 하이커문화는 좀 적게 느껴졌다. 또한 이전 CDT처럼 매일 같이 멋진 풍경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라 길 자체가 주는 재미는 적은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조금 더 내가 걷는 이유,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단지 나의 재미, 오빠의 목표달성을 위해 걷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의 끝에 서게 됨으로 내 스스로의 끈기와 인내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매일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해가는 재미가 쏠쏠했던 고등학교와 대학교때의 다이어리처럼, 하루의 목표 한주의 목표 등을 세우고 달성해가는 것에서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매일매일이 방랑자의 삶이고 여행이긴해도 하루하루를 꾸려가는, 나름 일상인으로서의 재미를 느끼고 싶어서가 아닐까. <순례자>의 주인공처럼은 아니어도 나에 대한 인지와 깊은 사고, 그리고 이런 자연을 만든 하나님 (누군가에게는 신)에 대한 인지를 다시하기 위함이 아닐까싶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또한 이 길위에서 나에게 남겨진 과제일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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