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19)
2017.05.15 MON 맑음
Total : 273.4
Today : 11 @Hot Springs
오늘 아침은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다른 날보다 비교적 일찍 하루를 시작하여 피곤하기도 하였지만 오늘은 바로 마을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신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길을 걷다 보니 가벼운 마음가짐만을 가지기에는 조금은 지루한 길이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내리막길이었지만 별다르게 볼 것 없이 그저 끝없이 이어지는 길의 연속이었다.
마을에 간다는 일념 하나로 지루한 길을 극복해가며 핫 스프링스(Hot Springs)라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마을 규모는 굉장히 조그맣지만 AT 트레일이 바로 마을을 지나가는 곳이라 모든 하이커가 지나야만 하는 마을이었다. 우리는 바로 트레일 옆에 있는 hostel at laughing heart lodge에서 하루 머물기로 하였다. 물론 실내의 방도 있었지만 텐트사이트가 15달러인데 샤워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격적인 부분에서 꽤나 메리트가 있는 편이라 텐트를 치고 쉬기로 하였다. 별다르게 기대를 안 하였던 와이파이까지 비교적 잘 터져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대강 텐트만 설치해두고 점심을 먹으러 마을 중심부로 갔는데 마을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조그만 느낌이었다. 별다른 선택권 없이 햄버거를 먹기 위해 레스토랑 Spring Creek Tavern에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고 있노라니 이 레스토랑에서 ‘AT burger’를 판매한다는 것을 가이드북에서 보았던 것이 생각났다.
"주문받아 줄까?"
"혹시 여기 AT burger가 있어?"
"응. 패티 3장에 치즈랑 베이컨 등이 들어가. 감자튀김도 나오고"
"얼마야?"
"세븐 블라블라~"
메뉴판을 보았을 때 기본 버거가 6.99, 다른 토핑들을 추가하면 9.99였기에 7달러남짓의 AT버거라면 이것을 먹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 생각되었다. 오빠는 호기롭게 2개의 AT버거와 콜라, 맥주를 주문하였다.
“혹시 크기가 얼마나 커?”
“크기? 엄청 커! (Huge!!!)”
종업원의 이야기를 그저 웃음으로 넘긴 채 우리는 주문을 완료했다.
그렇게 주문한 버거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올 때 우리는 저절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두터운 패티 3장, 그리고 그 사이에 겹겹이 쌓인 치즈와 베이컨 바이트, 어니언링과 같은 야채튀김까지 넣은 햄버거 그리고 그 주위에 수북하게 쌓인 감자튀김들. 정말 양이 어마어마해 보였다. 한입에 먹기도 힘든 두툼한 햄버거를 열심히 먹었지만 반 개를 겨우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마을에 내려와 먹는 첫 끼니인 만큼 무척 맛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다 보니 나머지는 포장하였다가 저녁에 먹기로 하였다. 그리고 계산서를 받아 든 우리는 또 한 번 탄성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한 개에 7달러 대가 아니라 17달러대로 1개의 AT버거가 보통 버거 2개 정도의 가격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17달러를 7달러로 들었던 것이다. Seventeen을 Seven으로 듣다니. 맙소사.
이미 뱃속으로 잘 넣은 햄버거를 다시 무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결제를 하였다. 레스토랑을 나올 때 우리 손에는 남은 햄버거와 감자튀김들이 담긴 Doggy Box가 각자의 손에 하나씩 들려있었다. 한 개만 시킬 걸 그랬나.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은 허무한 마음이 몰려왔다. 저렴하게 텐트에서 쉬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호텔비를 아꼈다고 신나 했는데, 한 끼 식사로 숙소비보다 훨씬 더 비싼 금액을 사용하였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웃프다고 해야 하려나. 이 이야기는 이후 산 속에서 햄버거가 그리워질 때 종종 우리 부부의 이야기에 등장하였다는 더 웃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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