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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독관리사무소장 Nov 08.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하루

<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18)

2017.05.14 SUN (맑음)

Total : 262.4 @Unnamed Gap

Today : 20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매일 날씨가 이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였다. 기분좋게 한 시간가량을 걷는데 가이드북에서 보았던 타워가 있는 곳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 주위에 빼곡했던 나무들이 없어지고 수풀만이 가득한 언덕이 등장하였다. 마치 CDT에서 자주 보았던 길처럼 수풀 언덕 사이에 나 있는 길을 따라갔다. 타워가 있는 정상에 가까워질무렵 누군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외쳤다.


"트레일매직이야!! 얼른 와!"
다양한 먹거리가 다양했던 트레일 매직.


그림과 같은 풍경이 펼쳐진 곳에서 그 이름답게 정말 '마법'처럼 만난 트레일 매직(Trail Magic)이었다. AT를 걸는 동안 트레일 매직들을 두세번 만나긴 하였지만 오늘이야말로 제대로 된 트레일 매직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두 노부부가 하시는 것 같았는데 피넛버터와 포도쨈을 바른 샌드위치에서부터 바나나 푸딩, 머핀, 초코렛, 칩, 쿠키, 음료수, 비상약품 등 없는 것이 없어보였다.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의자에 앉아 맛있는 것도 먹고 하이커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게 AT를 비롯한 장거리트레일을 걷는 즐거움 중 하나이구나 싶었다.



생각지 않았던 간식들을 먹고 가방 속에도 몇가지 간식으로 채우고나니 발걸음이 더욱 신이 났다. 날씨도 좋고 오빠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보니 시간도 금방금방 지나갔다. 그러다가 어떤 높은 구간을 향해가는데 무언가 길이 이전과 다른 느낌이 들었다.


항상 빼곡히 자란 나무 숲길을 걸어갔는데 갑자기 주위에 나무가 없고 점점 잔디만이 나타났고 주변 경치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좀더 높은 정상부근을 향해 걸으니 마치 '텔레토비 동산' 같은 잔디 언덕들이 우리 눈앞에 등장하였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신나서 올라가니 이게 왠걸, 360도가 탁 트인 정상이 나타났다. 바로 맥스 패치(max patch).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스 내셔널 파크를 비롯하여 우리가 걸어왔던 산들이 보였고 우리가 가야할 길들이 눈앞에 보였다. 주말이기도 했고 특히 마더스 데이(mother's day)라 가족 단위로 사람들이 나들이를 나와 있는 것 같았다. 아기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도 많이 보였고 자연을 즐기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일몰도 보고 별도 보고 일출도 볼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또 나도 언젠가 가족을 이뤄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그렇게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시금 바쁜 일상을 살게될때면 이런 방식으로 가족과 함께 주말 여유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오빠가 이곳이 정말 좋았는지 연신 '좋다'고 이야기해서 AT의 좋은점도 발견한 것 같아 참 좋았다. AT를 걸으며 좋았던 날로 우선 손꼽을 수 있는 날이 될 것 같다.


Facebook : @seeyouonthetrail
Instagram : @stells_sky_asi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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