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25)
2017.05.21 SUN 흐리다 비
Trail days+Zeroday
지난 밤 텐트 주변의 하이커들은 밤새 시끄럽게 떠들고 논 것 같았다. 아마 새벽에 비가 그토록 많이 내리지 않았으면 밤새 시끄럽게 놀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비는 아침까지 이어졌다. 어제 어깨를 아파해서 에드빌 PM을 두 알이나 먹고 잔 오빠는 잠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였다. 10시쯤에 출발하자고 어제 약속을 해두었는데 9시 20분쯤에 간신히 깨울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마스커스를 떠날 준비를 하였다.
자이언츠를 만나기 위해 어제 헤어진 호스텔로 분주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텐트를 쳤던 곳에서 호스텔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거리가 있었다. 자이언츠와 헤어졌던 호스텔에 갔는데 이게 웬걸 자이언츠의 차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몇 시에, 어디서 만나자라는 약속을 정확히 하지 않았고 '10시 즈음'이라고 다소 애매하게 약속을 잡았던 것도 문제였지만, 10시 40분쯤 호스텔에 도착한 우리의 잘못도 있었다. 하지만 본인이 차에 태워줄 때 분명히 '데려다줄게'라고 이야기해놓고 먼저 가다니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우리는 다음 행보를 결정해야 했다. 우리에게는 대략 4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1. One way ministry에서 제공하는 셔틀을 탄다. 2.히치하이킹을 한다. 3.다마스커스에서 남쪽으로 트레킹하여 어윈(우리가 떠나온 마을)까지 간다. 4.어윈부터 다마스커스까지 패스하고 다마스커스부터 북쪽으로 간다.
3번과 4번까지 생각하긴 했지만 우리 둘 다 그다지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나마 1번과 2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일단 1번을 시도해보고 2번까지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텐트를 쳤던 곳 바로 코 앞에 위치하고 있는 one way ministy를 가기 위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안내해주시는 분이 아직 셔틀이 다 찼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1시까지 기다려보라고 말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려보았고 오빠의 하이커 친구들에게 혹시 에르윈쪽으로 가는 사람이 있는지 수소문하였다. 그러던 중 스톤(오빠의 하이커 친구 중 한 명)이 데려다준다고 하였다. 서부 쪽에 사는 스톤은 어차피 공항에 가야 하는데 어윈까지 태워다 준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우리는 갈 수 있었다. 오랜만에 차를 타기도 했고 어제부터 위드 냄새를 많이 맡아서인지 약간 머리가 아팠던 나는 뒷좌석에서 잠을 청했다.
비구름이 우리를 따라오는 것일까. 어윈근처에 오니 또 비가 오고 있었다. 잠에선 깬 나에게 오빠는 비가 많이 오니 하루 더 쉬었다 가자고 하였고 의도치 않게 제로데이를 또 가지게 되었다. 제로데이는 가져도 가져도 또 가지고 싶은 것. 비록 평균속도는 좀 늦어지지만 그래도 너무나 좋은 것. 이렇게 트레일 데이즈 여정은 끝을 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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