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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독관리사무소장 Dec 08.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수 좋은 날

<시즌1> 2,189마일 애팔래치안 트레일 걷기 (D+26)

2017.05.22 MON 흐림

Total : 358.7

Today : 16 @low gap



흔히 달리는 꿈을 꾸는 경우는 성장기 아이들이라고 했다. 이 나이에 성장기인 것도 아니고 밤새 달리는 꿈을 꾸었다. 그래도 아주 푹 자고 일어났던 어젯밤.


마을에서 남은 맥주는 우리 가방에 쏙! 땀흘려 산에 올라 마시는 맥주맛은 기가막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잔뜩 흐려있을뿐 비는 오지 않았는데 얼마 지나지않아 창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언제든지 비가 오는 것은 반갑지 않지만 마을에서 새롭게 다시 트레킹을 출발하는 날에 비가 오면 더더욱 귀찮은 존재가 되고 만다. 제발 우리가 출발할 때는 날이 개길 바라며 아침을 먹고 짐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하나님이 듣기라도 하신 것인지 어느새 비가 그쳐있었다.

매번 맥도날드만 먹다가 오늘은 타코벨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였다. 나는 어제 먹다가 챙겨둔 비스켓 스콘 2개를, 오빠는 타코벨을 점심으로 먹었다. 그리고 슬금슬금 우체국 앞에 걸어가 트레일헤드로 가기 위해 히치를 시도하였는데, 5분이 채안되서 우리에게 물어왔다.


"어디까지 가니?"
"트레일헤드까지 가려고해"
"태워줄께. 타!"


트레일헤드가 어딘지도 정확하게는 모르는 것으로  보이고 심지어 우리가 가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가던 크리스토퍼라는 이름의 사내는 우리를 태워주었다. 며칠 전 트레일데이즈에 갈 때도 그렇고 이 곳 어윈에서의 히치하이킹은 매우 성공적이다. 그는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본인이 믿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였다. 그 덕에 우리는 트레일에 복귀한 뒤 한 두시간 내내 종교와 관련된, 아니 좀더 제대로 말하자면 기독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CDT 2016동지들.


한참을 걷고 있다가 언덕 부근에 올라섰는데 저멀리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알고보니 트레일매직이었다. 그냥 지나칠까하다가 참새가 방아갓은 못 지나치듯이 트레일매직이 있는 곳으로갔다. 가까이 가서 보니 다양한 음료수와 맥주, 그리고 피자가 있었다. 맥주를 마시던 오빠가 갑자기 트레일매직을 제공해준 사람과 반가이 인사하였다. 감사의 표현을 하나보다했는데 알고보니 작년에 같이 CDT를 걸었던 하이커라고 했다. 그와 그 친구들은 다마스커스에서 열리는 트레일데이스에 참여하였다가 트레일매직을 하러 왔다고 하였다. 거대한 차림은 아니었지만 경쾌한 음악에 흥돋는 사람들간의 대화로 편안한 분위기의 트레일매직이 되었다.


그리고 머리 속에 다시금 든 생각은 우리도 이런 방식으로, 조촐하게나마, 다마스커스같이 트레일이 지나가는 마을에서 트레일매직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평창 패럴림픽을 홍보하는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런 것을 넘어서 그 자체를 즐기는 마음으로 우리가 임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Facebook : @seeyouonthetrail
Instagram : @stella_sky_asi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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