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사표를 내고 여행을 간다 했을때, 최측근 중 한명이 나에게 했던 여러 조언 중 유독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경력단절된 30대 여성에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않아."
저 문장을 설명하기위해 구구절절이 붙었던 여러문장들은 제외하더라도 세가지 키워드가 나의 가슴을 계속 두드려댔다. 경력단절. 30대. 여성.
'세상은 온통 희망으로 가득찼어!'라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난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얼마나 젊고 어린 사람들이 치고 올라오는지 생각은 하지않은게 분명하다.) 체력과 열정이 있다면 뭣들 못하겟는가라는 생각이 있는 나로써는 측근의 저 말이 아니라고 반기를 들었다.
물론 많이 흔들리고 나의 결정이 옳은 걸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100퍼센트까지는 아니어도 이미 수년간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어본 것이 있기 때문일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 경제학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모든 것에는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있고 A를 함으로써 얻게되는 것과 잃게되는 것 (혹은 감당해야하는 것)을 비교해봄으로써 사람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된다. 나는 이러한 것(경력단절 30대 여성이 되는 것)이 여행을 하며 세상의 다양한 멋진 경험을 하는 것보다 제법 감당할 수 있을만한 가치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내가 착오한 것이 하나 있었다.
내가 '경력단절 30대 여성이 되는 것'은 단순히 결과론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선택한 순간부터ㅡ 나에게는 다양한 무게의 짐들이 더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여행과 그 이후 삶 등에 대한 여러 걱정(?)들에 일일히 답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자발급에서도 증명해야할 것들이 더 많아지고 나의 신분을 설명하기 예전보다 확실히 모호해졌다. 이런 판세로 가다가는 출발 전에 지칠 수도 있겟다싶었다.
그러나 한가지 마음의 중심을 잡기로 했다. 내가 회사를 다니든 세계여행을 하든 나의 일시적인 신분과 상황이 바뀌는 것이지 '나 자신'은 그대로인 것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리. 나를 수식하는 표현이 달라지는 것뿐이니 크게 불안해하지도 조급해 하지않기로 했다. 30대 경력단절여성이 되든 30대 여성이 되든 30대 세계여행자가 되든 모두 '한 끗' 차이인셈이 아닐까. 그 수식어들이 나 스스로를 제한하거나 한계지을수 없는 것이다.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경력단절된 30대 여성에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않아."라는 말보다는 '호락호락하지않는 세상'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기에 이 또한 잘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부딪혀볼 수 밖에.
(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