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w 인천 캠퍼스, 새벽이슬의 사계
12화 새벽이슬의 하루, 한월이의 위로
다음날 새벽이슬은 출근하자마자 탕비실로 향했다. 찌뿌드드한 몸을 이끌고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는 손길이 힘이 없었다. 어제 늦게까지 시간표를 들여다보며 고민했던 탓에 잠을 설친 것이다. 따뜻한 믹스커피 한 잔과 카스타드 하나를 꺼내 들고 자리에 앉으니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입안에서 맴도는 단맛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잠시 후 있을 회의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팀장님은 작업자들이 생산량을 맞추지 못했다며 새벽이슬을 질책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 공정을 꼼꼼히 확인하고 지시했지만, 늘 이런 식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에 돌아와서는 자동차 고무제품의 치수를 재고, 제품이 열에 얼마나 견디는지 확인하는 온도 그래프를 검토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서류를 작성하고, 다른 팀과 업무 조율을 위해 통화하는 등 정신없이 오전 시간을 보냈다. 거래처와도 통화를 해야 했다.
"네, 부장님. 어제 말씀하신 납품 건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네, 네... 저희 쪽에서 최대한 맞춰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현재 인력으로는... 네,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점심시간이 되어 구내식당으로 향했지만 입맛이 없었다. 그래도 억지로 밥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오후에 쏟아질 졸음을 이겨내려면 뭐라도 먹어야 했다.
오후에도 업무는 끊이지 않았다. 미뤄뒀던 서류 작업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 공정 계획을 세우다 보니 벌써 시계는 저녁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야근 수당이라도 받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사 밖을 나서니 어둑해진 하늘에 별이 드문드문 보였다. 버스에 올라타 힘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늘 지쳐있었지만, 오늘은 아들 한월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피곤함이 조금 가시는 듯했다.
집에 도착하니 한월이가 식탁에 열무김치를 올려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이슬은 밥을 푸고, 한월이는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계란 두 개를 깨뜨렸다. "엄마, 반숙 맞지?" 노른자가 살아있는 먹음직스러운 반숙 계란프라이가 완성되었다.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쓱쓱 비빈 밥 위에 아삭한 열무김치와 따뜻한 계란프라이를 얹어 크게 한 숟가락 떠먹었다. 하루의 고단함이 싹 가시는 맛이었다. 아들과 마주 앉아 소박하지만 따뜻한 저녁을 먹으며 새벽이슬은 다시 한번 힘을 얻었다. 빡빡한 일상 속에서도 그녀를 응원하고 기다려주는 소중한 가족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새벽이슬은 주방으로 향했다. 따뜻한 물을 끓여 머그컵에 녹차 티백을 넣고, 아들 한월이에게 건넸다.
"엄마, 힘들었지?"
녹차 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쥔 한월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눈빛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새벽이슬은 아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아니야, 괜찮아. 한월이 네가 기다려줘서 하나도 안 힘들어."
따뜻한 녹차 향이 집안 가득 퍼졌다. 컵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며 한월이는 말했다.
"나도 빨리 커서 엄마 힘든 일 다 없애줄 거야."
그 말에 새벽이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고된 하루의 피로가 녹차의 따뜻한 김처럼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아들의 굳은 다짐이 어떤 위로보다 더 따뜻하게 그녀의 가슴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