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맨밥

by 뽀송드림 김은비

인력사무소 앞, 스무 살의 그림자.

아직 맑은 눈빛, 하지만 굽은 어깨.

어린 나이에 배운 것은 간절함뿐이었지.

며칠을 돌아도 돌아도, "오늘은 없어요."

그 짧은 말이 온몸의 힘을 빼앗았어.


주머니 탈탈 털어도 먼지뿐.

물로만 배를 채우던 가난한 청춘의 날들.

생계라는 짐이 너무 무거워

세상은 온통 회색빛 터널 같았네.

젊음의 패기마저 허기에 갇혔지.


마침내 구한 생산직 일자리.

낯설지만 단단한 기계 소리가 희망가였어.

온종일 서서 일해도, 손에 쥔 월급.

그 돈으로 가장 먼저 쌀을 샀지.

맨밥을 지을 수 있다는 기쁨이 벅찼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

20대 초반, 가장 배고팠던 시절의 보상.

아무 반찬 없이 한 숟갈 크게 뜨니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달고 눈물겨웠네.

이것이 삶이구나, 씹을수록 깨달았어.


이제 조금 나아진 저녁 식탁.

상추에 고추장 푹 넣어 밥을 싼다.

젊은 날의 서러움, 배고픔, 막막함까지

이 푸른 쌈 속에 모두 감싸 꿀꺽 삼키네.

청춘의 맛은 쓰지만, 밥은 끝내 달더라.


맨밥의 힘으로, 이 청춘을 버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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