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40분. 잠은 이미 도망갔다.
회사, 대학, 그리고 가장 무거운 짐, 너.
아침. 네 방문 앞에서 전쟁은 시작된다.
"늦잠 자서 짜증 나." "내 옷 어디 뒀어?"
배려 없는 짜증과 날 선 대꾸가
출근 전 이미 내 에너지를 바닥낸다.
네가 나를 부르는 소리는 고통의 예고편이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리고
밤에는 강의실의 낯선 지식과 씨름한 후,
지쳐 쓰러질 몸을 겨우 이끌고 돌아오면
밤 11시. 잠들지 않은 너의 방에서 호출이 온다.
"엄마, 내일 도시락 싸 줘." (지금?)
"엄마, 왜 내 폰 배터리 없어?" (네가 충전 안 했잖아.)
논리도 이해도 없는 이기적인 요구.
그 "엄마" 두 글자가 쇠사슬처럼 나를 묶는다.
하루라도 네 그림자 없는 침묵이 허락된다면.
회사도, 학교도, 너의 소리도 없는 고요.
그것이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훔치고 싶은 단 하루의 자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