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의 모습

내 삶의 동그라미 두 개, 느낌표와 쉼표

by 뽀송드림 김은비

직장에서는 칼퇴를 외치는 직장인, 집에서는 "엄마아!"를 외치는 중학생 아들의 엄마, 그리고 밤에는 "교수님!"을 외치는 야간 대학생. 내 이름 앞에 붙은 세 개의 꼬리표는 나의 하루를 채우는 세 개의 다른 세계다.


해가 지고 모두 잠든 밤, 나는 잠옷 바람으로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켠다. 화면에 뜬 강의 자료를 보며 눈이 스르르 감기려다가도, '아, 맞다! 이 부분!' 하고 무릎을 치는 순간. 그때 내 마음에는 꼬리가 뾰족한 느낌표가 퐁 하고 떠오른다. 밤늦도록 씨름하던 과제를 제출하고 '성공!'이라는 메시지를 볼 때도, 나도 모르게 '예쓰!' 하고 소리 지르며 귀여운 느낌표를 톡 하고 찍는다. "나 아직 안 죽었어!"라고 외치는 짜릿하고 귀여운 느낌표들. 이 느낌표들은 내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소중한 순간들이다.


하지만 이런 느낌표만 가득하다면 내 삶은 아마 삐뚤빼뚤 꼬불꼬불한 선이 되었을 거다. 때로는 모든 것이 버겁고, 나만 동동 떠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온전히 나만을 위한 쉼표 하나를 찍고 싶은데, 마음 같아서는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모든 것을 멈추고 깊은 사색에 잠기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늘 바쁘다. 침대에 엎드려 아들의 발을 주물러주며 오늘 있었던 학교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나에게 찾아오는 유일한 쉼표가 되곤 한다. 혼자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도 참 귀하지만, 그마저도 마음 편히 누리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도 이처럼 작고 짧은 쉼표들이 모여, 지쳐가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된다는 걸 안다.


특히 아이와 함께하는 휴가는 아이에게 맞춰 움직이다 보니 나의 쉼표가 되어주기보다 또 다른 임무처럼 느껴져 아쉬울 때가 많다. 즐거운 추억을 쌓아가는 기쁨 뒤에는, 여행 전보다 더 지쳐 돌아오는 나의 모습이 있다. 이런 시간이 나를 위한 온전한 쉼표가 아닌 '엄마'라는 이름의 또 다른 느낌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 속에서도, 아이의 환한 웃음은 나에게 또 다른 의미의 쉼표를 찍게 한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쉼표가 아닐지라도, 아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들이 있기에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힘을 얻는다.


글쓰기라는 또 다른 나의 세계에 집중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셀 수 없이 많다. 금요일 늦은 밤, 혹은 토요일 늦은 저녁, 모두가 잠든 고요한 새벽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럴 때 나는 노트에 끄적여 놓았던 순간의 단상들을 꺼내본다. 엉망진창인 낙서와 삐뚤빼뚤한 글씨들 속에서 하나의 문장이 완성되고, 그것들이 모여 마침내 하나의 글이 될 때, 나는 또 다른 종류의 짜릿한 느낌표를 찍는다.


어떤 날은 이 모든 무게에 짓눌려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밤의 고독과 치열함이 언젠가 나만의 빛이 되어줄 거라는 걸 안다.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얻는 쉼표를 통해 힘을 얻고, 새로운 배움의 느낌표를 찍으며 나는 내가 잊고 지냈던 두 번째 꿈을 찾아가는 중이다. 이 모든 노력들이 훗날 내 삶의 지도를 더 선명하게 그려줄 거라는 믿음, 그것이 나를 다시 책상 앞에 앉게 하는 힘이다.


내 삶은 이렇게 뾰족한 느낌표와 동그란 쉼표가 번갈아 나타나는 그림책 같다. 힘들 때면 불완전하더라도 쉼표를 찍고 숨을 고르고, 다시 힘을 내어 멋진 느낌표를 만들어낸다. 어쩌면 나는 이 동그라미 두 개를 그려가며, 나만의 귀여운 삶의 지도를 완성해 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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