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의 시간, 방문과 방 사이를 가로지른 길어진 침묵의 복도.
그런데 오늘, 아침 햇살처럼 불쑥 내밀어진 믹스커피 한 잔.
종이컵을 만져보니 손끝이 기억하는 딱 그 온도다. 미지근하지도, 혀를 데지도 않는 엄마 전용 '안정감'의 온도.
조심스레 한 모금 머금으니 아! 완벽하다.
설탕의 단맛이 혀에 닿기 전 쌉싸름한 커피의 향이 먼저 돌고, 이내 프림의 부드러움이 모든 것을 포근히 감싼다.
몇 년 동안 말은 아끼고 눈빛은 숨겼어도, 너의 깊은 곳 어딘가에 엄마의 취향이 살아있었구나.
툭툭거리는 사춘기 언어보다 백 마디 '사랑해'보다 더 정확한 이 믹스커피의 맛.
네가 나를 잊지 않았음을 네가 나를 여전히 '알고'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정확하고 따뜻한 이 한 잔.
그래, 힘내자. 나는 이 녀석에게 믹스커피의 황금 비율만큼 사랑받고 있는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