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87번의 온도

by 뽀송드림 김은비

만 서른여덟. 1987년생의 아침은 커피 대신 립밤으로 시작된다. 어제와 똑같은 찬 기운이 문틈을 비집고 들어와 가장 먼저, 무방비한 입술에 닿는다.


냉장고 문을 연 듯 서늘한 공기, 부지런한 바람이 얼굴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입술은 또 못 참고 얇게 갈라져 있다. 투박하게 돋아난 붉은 각질. 솔직해서 미워할 수 없는 나의 약점.


옷장 속 가장 두꺼운 옷을 꺼내 입어도 이 찬 기운은 속으로 스며든다. 삶이 주는 무게는 아니어도, 계절이 주는 작은 수고로움이다.


버스 정류장,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다보는 시간. 따뜻한 손난로를 쥐고 있어도 입술의 따끔거림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이 작은 부르틈은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내 하루에 대한 가장 조용한 불만일지도 모른다.


차가운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 옅은 그늘이 드리운 얼굴과 굳게 다문 입술. 나는 여전히 꿈과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는 중이다.


주머니에서 립밤을 꺼내 발랐다. 민트 향의 작은 위로. 부르튼 입술을 잠시 잊고 오늘의 할 일을 떠올린다. 단단해 보이고 싶은 서른여덟의 마음과 쉽게 무너지는 육체의 작은 마찰음.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고, 담담하게 출근길을 걷는 나의 하루. 이 작은 따끔거림마저 나의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린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