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내고 나서도 나의 일상은 신입사원의 긴장감과 퇴근 후의 피로감 사이를 오간다. 사실 나는 잘 알고 있다. 이름 없는 신입 작가의 투박한 시집이 대형 서점의 화려한 매대에 누워 독자들을 기다릴 일은 드물다는 것을. 그저 온라인 전문 서점이나 쇼핑몰 리스트 한 구석에 조용히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내 배짱에 비하면 과분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가끔 울리는 카톡 알림은 나에게 환희보다는 묘한 안도감을 준다.
[카톡!] 예스 24에서 시집이 판매되었습니다. [카톡!] 알라딘에 시집이 입고되었습니다.
많이 팔리지 않을 거란 걸 미리 알고 마음을 비워두어서일까. 무수히 많은 상품이 쏟아지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누군가 굳이 내 서툰 진심을 검색해 집어 들었다는 소식은 기적보다는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다가온다. 화려한 불꽃놀이는 아니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은 가로등 하나가 켜진 기분이랄까.
2월 15일의 정산도 나에겐 어떤 드라마틱한 보상은 아니다. 온라인 서점의 정산 시스템을 거쳐 통장에 찍힐 숫자가 그리 크지 않을 것임을 안다. 하지만 그 숫자는 내가 밤잠을 아껴가며 썼던 시간과, 배짱 있게 내던진 기도의 아주 정직한 영수증일 것이다.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감정보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고생했네’라고 스스로를 한 번 다독여줄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랄 뿐이다.
퇴근 후 현관문을 여니 아들이 묻는다. “엄마, 오늘 소식 있었어?” “응, 온라인 서점에서 누가 엄마 책을 샀나 봐. 큰 기대는 안 했는데 그래도 찾는 사람이 있네.”
내 대답에 아들은 대단한 축하 대신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덤덤함이 오히려 편안하다. 엄마의 시집이 세상을 뒤흔들지 않아도, 그저 자기 몫의 삶을 묵묵히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녀석도 나만큼 담백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여전히 서툰 신입사원이고, 누군가의 엄마다. 2월 15일이 되어 정산금이 들어와도 나는 여전히 이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가진 건 배짱과 기도뿐이라 말했던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나는 내일도 그저 성실하게 나의 하루를 살아낼 것이다.
많이 팔리지 않아도, 화려한 매대에 없어도, 내 삶은 충분히 내 속도대로 잘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