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열기를 뚫고, 합격이라는 보상을 쥐다

by 뽀송드림 김은비

억지로 감은 눈꺼풀 위로 약 기운이 쏟아졌다. 얼마나 잤을까, 식은땀으로 눅눅해진 이불을 걷어차며 일어났다. 여전히 머리는 깨질 듯하고 목은 아프고 사지는 누군가 두들겨 팬 것처럼 저릿했지만, 시곗바늘은 무정하게도 학원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결석표가 없다'는 절박함이 몸의 비명보다 컸다.


미지근한 물로 대충 얼굴을 축이고, 목에는 두툼한 스카프를 두르고 마스크도 썼다. 학원으로 향하는 길, 바깥공기는 차가웠지만 내 몸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강의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하필이면 오늘이 CBT 성취도 평가 날이라니. 흐릿한 시야 사이로 모니터의 하얀 화면이 눈을 찔렀다.


땀방울로 적어 내려간 CBT 평가 결과

실기 45점, 이론 35점 만점. 점수 체계부터 생소하고 까다로운 시험이었다. 이론은 21문제, 실기는 27문제 이상을 맞혀야 합격의 턱걸이라도 할 수 있는데, 글자가 둥둥 떠다니는 이 컨디션으로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손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구분

이론(35문항)

실기(45문항)

*합격 기준(개수)

21문제 이상

27문제 이상


*나의 득점

이론 32

실기 38


*결과 합격


결과 창이 뜨는 순간, 참았던 숨이 터져 나왔다. "진짜 어렵다..." 나직한 탄식이 새어 나왔다. 멀쩡한 정신으로 봐도 헷갈릴 법한 문제들이었지만, 몸이 아프니 집중력을 쥐어짜는 과정이 몇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론 32개, 실기 38개. 합격선을 훌쩍 넘긴 점수를 확인하고 나서야 꼿꼿하게 세우고 있던 긴장의 끈이 툭, 하고 풀렸다.

몸이 나으면 더 열심히 공부해서 3월 28일에 있을 시험에서 더 좋은 결과로 합격을 하고싶다.


아픔을 이겨낸 스스로에게 주는 칭찬

학원 문을 나서는데 밤공기가 아까보다 훨씬 부드럽게 느껴졌다. 아픈 엄마를 뒤로하고 혼자 밥을 챙겨 먹던 아들의 뒷모습, 고기를 구워주지 못해 미안했던 마음, 그리고 이 지독한 감기 몸살 속에서도 기어코 학원에 앉아 시험을 치러낸 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전히 열은 가시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한결 가벼웠다. 독해서 쓴 게 아니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아 썼던 글들이 결국 나를 오늘 하루 끝까지 데려다준 기분이다. 이제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 시간이다. 오늘의 나는, 충분히 독했고 충분히 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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