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약을 챙겨 먹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상황은 더 심각해져 있었다. 머리는 징징 울리듯 아프고 손을 짚어보니 이마가 꽤 뜨겁다.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고, 목은 완전히 잠겨 쇳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기침에 갈라진 목구멍이 찢어지는 듯하다.
입맛은 전혀 없지만, 약을 먹기 위해 억지로 훈제 계란 하나를 삼켰다. 그리고 뜨끈한 생강차를 끓여 향을 맡으며 느릿하게 넘겼다. 목으로 넘어가는 온기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학원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해보려고 가져온 교재를 펼쳤지만, 글자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아 덮어버렸다. 오늘은 몸이 보내는 신호에 온전히 항복하기로 했다. 노트북을 켜고 강의 하나를 틀어둔 채 이불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누워서 듣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길 바랄 뿐이다.
아들은 내가 앓아누운 걸 알면서도 고기를 구워달라며 배고픔을 토로한다. 예전 같으면 미안한 마음에 억지로라도 불판 앞에 섰겠지만, 오늘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엄마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못 굽겠어. 미안해. 국 데워서 밥이랑 소고기 장조림이랑 먹어." 갈라진 목소리로 간신히 말하고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다행히 군말 없이 밥을 챙겨 먹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눈을 감는다.
이 지독한 통증 속에서도 펜을 놓지 않고, 아니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는 나를 보며 생각한다. 아픈데도 글을 쓰는 나는 대체 독한 걸까, 아니면 이 마음의 기록마저 없으면 버티지 못할 만큼 약한 걸까. 너무 아파서 눈물이 다 난다. 그래도 약의 기운으로 한숨 자고 저녁엔 꼭 학원에 가야 한다. 방학 전 학교 저녁 수업으로 1인당 쓸 수 있는 학원 결석표를 다 써버려서 이제 더 이상 쓸 결석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