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쯤이었나 찢어질 듯한 목의 통증에 잠이 깨어 결국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았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감기는 도무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누워있자니 답답함만 더해져, 컴퓨터 화면을 켜고 유튜브를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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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의 빠른 목소리를 잠을 쫓는 알람 삼아 귀를 기울였다. 아픈 와중에도 공부를 놓을 수 없는 건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기도 했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희망이기도 했다. 부어오른 목 때문에 며칠째 죽만 넘겼더니, 안 그래도 핼쑥했던 몸무게는 더 줄어들어 옷매무새가 헐거웠다. 거울 속 내 모습이 초췌해 보였지만, 교회에서 만날 스승님을 생각하며 약을 먹고 간신히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이 밝자마자 비몽사몽 한 몸을 씻고 채비를 마쳤다.
가방 안에는 스승님께 드릴 지리산 생 들깨강정 한 봉지와, 감사하게도 주문이 들어온 시집 5권이 묵직하게 들어있었다. 내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스승님을 뵙는다는 설렘이 억지로 나를 일으켜 세웠다.
교회에서 만난 스승님께 예쁜 쇼핑백에 담아 준비해 간 강정을 내밀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스승님, 이거 생 들깨강정이에요. 정말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바삭해요. 꼭 드셔보세요."
스승님은 내 정성이 담긴 쇼핑백을 소중하게 받아 들고는 고마워하셨다. 그러고는 내 야윈 얼굴을 보고는 금세 걱정스러운 눈빛이 되셨다. 주변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무언가를 내 손에 꼭 쥐여주셨다.
" 맛있는 것 좀 꼭 사 먹고, 얼른 기운 차려야 해. 알았지?"
스승님의 손길이 닿았던 그 온기가, 내 손바닥에 묵직하게 남았다. 단순한 무게가 아니라, 나를 향한 깊은 사랑과 걱정의 무게였다.
스승님은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과일을 좀 보낼까 하다가, 혹시 안 좋아할까 싶어서 못 보냈는데..."
그 말씀에 나는 아이처럼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스승님! 저 과일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만큼 진짜 좋아해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요!"
내 솔직한 대답에 스승님도 그제야 마음이 놓이시는지 허허 웃으셨다. 아픈 목이 다 시원해질 만큼 따뜻한 웃음이었다.
예배가 끝난 후에는 시집을 주문해 주신 권사님께 3권 집사님께 2권을 전해드렸다. 아픈 몸이었지만, 내 글을 사랑해 주는 분들을 만나 책을 건네는 시간만큼은 힘이 솟았다.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를 열었다. 아픈 와중에도 17살 아들 밥은 챙겨야 했기에, 냉장고는 채워져 있었지만 열어볼 기운조차 없었다. 스승님이 쥐여주신 따뜻한 마음을 생각하니 비로소 힘이 났다.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억지로라도 밥을 차려 아들과 함께 든든히 먹고 나니, 몸에 온기가 도는 것 같았다.
저녁이 되자 낮에 나눈 대화가 자꾸만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과일을 좋아할지 몰라서' 망설이셨던 그 깊은 배려가, 새벽의 통증을 잊게 할 만큼 따뜻하고 묵직한 위로가 되어 마음에 남았다.
나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새벽에 공부했던 내용을 복습하며 노트를 정리하는 이 시간이 더 이상 힘들지 않았다. 스승님이 심어주신 사랑과 응원이,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가장 든든한 영양제가 되어주고 있었으니까.
새벽의 통증은 여전했지만, 덕분에 마음만은 따뜻했다. 오늘도, 내 삶의 자리에 감사가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