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속에서 찾은 숨통

by 뽀송드림 김은비

휴무일 아침, 환기를 위해 창문을 활짝 열었다. 며칠 앓아누워 지낸 사이 집안 곳곳에는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다. 평소라면 엉망이 된 집안꼴에 짜증부터 냈겠지만, 오늘은 마음가짐이 조금 달랐다.


청소기를 돌리는데 문득 며칠 전 스승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감사하며 살면, 삶의 결이 달라진단다.”


‘먼지 한 톨에도 감사할 수 있을까?’


청소기가 지나간 자리가 매끄럽게 본연의 빛을 되찾는 것을 보며,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건강’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깨달았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내 공간을 직접 돌보고 있지 않은가.


빨래를 너는 시간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건조대 너머로 보이는 맑은 하늘, 세탁기에서 막 꺼낸 옷감의 기분 좋은 촉감. 이 모든 평범한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었다. 글에만 숨통을 틔우는 게 아니라, 내가 숨 쉬는 이 공간에도 숨통을 틔워야 했던 것이다.


청소를 마치고 땀을 닦으며 커피 한 잔을 내렸다. 먼지 한 점 없는 책상, 햇살을 머금고 뽀송하게 마르는 빨래들. 치열하게 감사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묵묵히 내 삶의 자리를 정리하는 그 행위 자체가 곧 감사였다.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방 안,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빨래를 툭 건드리고 지나갔다. 공간이 정돈되니 며칠간 나를 짓누르던 마음의 답답함도 함께 씻겨 내려간 기분이었다.


“이런 게 숨통이지.”


깨끗해진 책상 앞에 앉아 요양보호사 교재를 펼쳤다.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금요일 늦은 오후쯤이었나 스승님과의 통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타 기관 평가 일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셨을 스승님께 나는 응석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었다.


“스승님, 이번 주일엔 뵐 수 있어요? 다음 주부터 한 달간 실습이라 교회도 못 나오고 스승님이 너무 보고 싶으면 어떡해요.”


바쁜 일정 중에도 내 아쉬움을 다정하게 받아주시던 목소리가 선명하다. 실습을 앞두고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던 내게, 스승님은 “어르신들의 마음을 여는 건 기술이 아니라, 너의 진심 어린 눈 맞춤과 다정한 손길”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휴무인 오늘, 집안을 정리하며 보낸 시간은 단순한 가사 노동이 아니었다. 앞으로 마주할 치열한 실습 현장에서 내가 잃지 말아야 할 ‘여유’와 ‘진심’을 미리 연습하는 시간이었다. 비록 한 달간 뵙지 못하더라도, 내 마음속엔 이미 스승님이 심어주신 감사라는 씨앗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나는 펜을 들어 노트 귀퉁이에 작게 적어 넣었다.


‘실습지에서도 숨 막히지 않기. 어르신을 진심으로 대하며 스승님의 가르침을 삶으로 증명해 내기.’


창가로 쏟아지는 겨울 햇살이 책상 위를 따스하게 덮었다. 스승님을 향한 그리움은 이제 아쉬움이 아니라,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든든한 응원이 되어 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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