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마음이 분주했다.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가 가족들을 만나고, 명절 음식의 고소한 냄새 속에서 정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지독한 감기는 내 소박한 계획을 비웃듯, 끈질기게 목줄기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목 안쪽은 마치 유리 조각을 삼킨 듯 따가웠고, 쇳소리 나는 기침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찢어질 듯한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서울행을 포기했다. 내가 못 가니 17살 아들도 덩달아 설 귀향을 포기하고 집에 남았다. 화려한 명절의 북적거림 대신, 우리 집에는 덩그러니 정적만이 남았다.
아침에 일어나 비몽사몽 한 몸을 이끌고 아들의 밥부터 챙겼다. 아픈 엄마 때문에 명절임에도 멀리 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 아들이 안쓰러워,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몇 가지 챙겨 정성껏 밥을 지어 먹였다. 녀석이 밥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겨우 쌀국수를 끓여 따뜻한 국물로 목을 축였다. 부어오른 목 때문에 죽만 넘기다 먹은 따뜻한 쌀국수는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코대원 시럽을 챙겨 먹었다. 텁텁해진 입안을 달래려 꿀을 듬뿍 넣은 생강차를 끓였다. 향긋하고 알싸한 생강 향이 집안에 퍼지자, 그제야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던 어깨가 조금 내려가는 듯했다.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창밖으로 보이는 고요한 명절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게는 이번 주가 아주 중요하다. 수요일까지는 어떻게든 이 지긋지긋한 감기를 떨쳐내야 한다. 목요일부터는 저녁 학원 수업에 복귀해야 하고, 무엇보다 일요일에는 요양보호사 실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려면 지금의 쇳소리 나는 목소리와 무거운 몸으로는 곤란하다. 그분들에게 편안함을 드려야 할 내가, 오히려 걱정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이 나를 채찍질했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서울에 가지 못한 아쉬움과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나에게 쥐여주셨던 스승님의 사랑과, 내 공부를 묵묵히 응원해 주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반드시 다시 건강해져야 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 다시 2026년 시험 문제를 훑어본다. 목은 아프지만, 마음은 도리어 차분해진다. 따뜻한 꿀 생강차를 한 모금 머금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일요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실습에 나간다.'
이 감기는 내 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을 뿐, 내 꿈을 꺾지는 못한다. 오히려 더 단단해지기 위한 숨 고르기일 뿐이다. 지금의 고요함은 다가올 활기찬 일요일을 위한 가장 완벽한 준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