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의 등 뒤에는 늘 나른한 봄볕이 머물러 있었다.
그 뒷모습을 이정표 삼아 사계절을 몇 번이나 함께 걸었다.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던 날부터 시린 눈송이가 어깨에 내려앉던 날까지, 풍경이 수차례 옷을 갈아입는 동안 나는 두꺼운 책장을 넘기는 대신 그분의 일상을 가만히 뒤따랐다.
내 마음의 뜰에 소중히 옮겨 심은 것은 가슴을 울리는 거창한 명언이나 머리로 이해해야 하는 복잡한 이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를 따를 때 찻잔 끝에 잠시 머물던 정중한 손길이었고, 타인의 아픔을 묵묵히 품어주던 순한 눈빛이었으며,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고요히 빛나던 정갈한 몸가짐이었다. 결이 고운 담백함 속에 깃든 그분의 단단한 기품은 계절이 흐를수록 내 안에서 뚜렷한 무늬가 되었다.
그동안 나의 기도는 언제나 무언가를 채워달라 조르는 '바라는 마음'에만 고여 있었다.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읊조리는 문장만이 하늘에 닿는 유일한 길인 줄 알았기에. 하지만 곁에서 지켜본 스승님의 삶은 전혀 다른 언어를 건네주었다. 그분에게 기도는 멈춰 서서 비는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부지런히 흐르는 가장 다정한 '움직임'이었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진정한 기도는 입술 끝에서 맴도는 메아리가 아니라, 세상으로 뻗어 나가는 나의 손과 발끝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마음속에 고여 있던 작고 선한 온기들을 꺼내어, 오늘 마주치는 이들에게 마중물처럼 건네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닮고 싶은 삶의 온도이자 '행동하는 기도'였다.
인생의 롤모델이란 결국 닮고 싶은 정답을 말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닮고 싶은 삶의 궤적을 그려나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계절이 수차례 순환하며 내 안의 낡은 마음들을 씻어내어 준 덕분이다.
이제 가만히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굽혔던 무릎을 펴고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이 정직한 발걸음. 스승님의 삶이 닿았던 그 눈부신 봄볕을 내 가슴에 가득 품고 내딛는 이 걸음이, 나의 가장 간절하고도 아름다운 기도가 될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