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알게 된 나의 입맛을 사랑한다
스물아홉, 문득 나의 이십 대 시절을 되돌아보고 싶어졌다.
부모님 곁을 떠난 열일곱 시작한 기숙사 생활, 두려움의 눈물로 늘 축축했던 베갯잇
대학교 시절, 생활비를 벌기 위해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지런히 뛰어갔던 카페, 편의점 그리고 맥줏집
주방에서 일하던 스물넷, 밀린 설거지를 하다가 눈물이 날 때면 달려갔던, 춥지만 따뜻했던 주방 워크인
스물여섯 대학원 시절, 이른 아침 선점해 하루종일 지켰던 도서관 구석자리
과거에 마냥 흘렸던 땀과, 미래가 보이지 않아 흘렸던 눈물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것 같아 고맙기만 하다.
쉬지 않고 달려왔던 나의 이십 대 초중반,
이십 대 후반이 된 지금, 잠시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진짜 '나'를 찾아가고 있는 중인 듯하다.
이타적인 삶을 살아온 나였기에, 마냥 정신없고 바쁘던 시절에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타인이 선호하는 것들을 따라갔을 뿐.
적당히 배타적인 삶으로 전환해 가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대학생 시절, 새벽 알바를 끝내고 친구와 함께 집 근처 마트 앞에서 소주 한 잔과 꼬깔콘 젤리 한 입이 너무 행복했고,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몸이 피곤할 때엔 산촛가루 톡톡 뿌린 꾸덕한 시래기추어탕을 먹는 것이 좋았다. 또한 선지해장국 속의 탱탱한 선지, 내장 골고루 넣은 순대를 사랑했다. 아 참, 음료로는 대추차나 쌍화탕.
물론, 평일에 마시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은 하루의 피로를 덜어주고, 주말에 마시는 바닐라라테 한 잔은 즐거움을 주지만, 아무래도 견과류 듬뿍 들어간 쌍화탕 한 잔 같은, 좋게 말하면 앤티크 솔직하게 말하면 아재스러운 음식들이 내 마음을 오랫동안 따뜻하게 해주는 듯하다.
처음엔 이런 음식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 조금은 민망했으나, 지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많이 아재스럽다는 사실을 좋아한다. 가성비도 물론 좋지만, 그냥 내가 사람냄새 풀풀 나는 사람으로 사는 게 좋기 때문이다.
며칠 전, 청량리시장에 놀러 갔다가 경동시장 한약재 거리에서 한약재 달이는 냄새에 매료되어 '한방카페'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쌍화차와 십전대보차를 먹었는데, 약재의 씁쓸 달큼함과 대추의 단맛이 나를 기운 나게 해 줬는지 모른다. 내가 너무 행복해 보였는지, 아니면 다소 손님 연령대가 높은 카페에 어린 처자가 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카페 사장님은 매장이 환해지는 것 같다며 싱긋 웃으셨다.
피자나 파스타, 햄버거도 좋아한다. 그러나 나의 Comfort food는 단연 아재음식이다. 그런 아재음식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고, 이런 나를 좋아해 주는 주변 사람들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