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까칠하지만 따뜻한 감자와의 첫만남
바야흐로 2022년 4월.
회사에 입사한 지 2년 차,
이십 대 초중반 바쁘게만 달려왔고, 회사에 입사해서도 적응하랴 적응하면 야근하랴..
늘 바쁘기만 했던 나의 일상에서 문득 여유로움이라는 선물이 주어졌을 때 새삼 당황스러웠다. 바쁠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적막함과 허전함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부모님 곁을 떠나 생활한 지도 어언 1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적막이었다.
주말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적이 있었다. 어느 주말, 밖에 나가기엔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집에서 티브이를 틀어 보다가 재밌는 게 딱히 없어 채널을 계속 내리는데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뭐 하냐고.
문득 언니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흘렀다.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포장해 왔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빡빡한 일정 속에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꼭꼭 숨겨왔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나는, 각박한 마음에 단비가 되어줄 반려동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지만, 오랜 시간 집을 비워야 하는 1인가구 회사원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강아지를 잘 보살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애완고슴도치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나는 작고 귀여운 그 소중한 존재에 매료되어 곧바로 고슴도치 숍으로 향했다.
작은 아기 고슴도치들이 꼬물대고 있는 케이지에서, 처음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를 분양받았다.
집에 오는 길 택시 안에서, 이름을 뭐라고 지어줘야 할지 심히 고민을 해봤다.
음식 이름으로 이름을 지으면 오래 산다는 이야기가 있기에, 문득 떠오른 감자가 그 후보가 되었다. 생각해 보니 글쓴이의 성은 오씨요, 그럼 감자..오..감자..? 옳다구나. 너의 이름은 오늘부터 오감자다.
작고 따뜻한 아이가 어찌나 낯을 가리는지..
주인 물건을 넣어서 냄새를 맡게 해 주면 빨리 친해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감자 케이지에 내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는(물론 빨았다) 양말을 넣어주었다.
어느 날, 감자가 양말에 머리를 넣다가 뒤로 빠져나오질 못했다
감자 폐소공포증 올까 봐, 허겁지겁 양말을 가위로 잘랐던 놀랍고 웃긴 기억이다.
고슴도치는 야행성 동물이라, 밤늦은 시간부터 생활을 시작한다.
원룸에서 감자와 함께 살다 보니, 처음엔 새벽에 일어나 바스락 거리며 기지개를 켜는 감자의 루틴 때문에 나의 수면생활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곤 했다.
그러나, 감자는 야행성 고슴도치이지만 글쓴이는 적응의 동물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된다. 어느 순간부터는 감자의 새벽 쳇바퀴 타는 소리를 ASMR 삼아 잠드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내가 감자에 적응해 가면서, 문득 감자에게 고마움을 느낀 적이 있다.
이 아이도, 본인이 잠을 자는 시간에 내가 만들어 내는 전화소리, 티브이 소리, 노랫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았겠지. 그럼에도 본인 나름대로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겠지.
감자야, 우리 주어진 조건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적당한 불편함은 서로 감수하도록 하자.
이 언니가 평생 지켜줄게. 늘 건강하자. 사랑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