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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M곰돌 Jan 25. 2023

폐업은 생각보다 간단하더라

패기 넘쳤던 24살, 스타트업 창업 이야기

Ep 1.
창업을 위해 소셜 창업 동아리에 가입하게 됐다.
사회 문제를 고민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시각장애인의 패션 문제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렇게 주워들은 아이템하나를 가지고 창업을 하리라 결심한다.

Ep 2.
처음으로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2,000만 원을 받게 된다.
이후 상금과 다른 지원금을 추가로 받으며 'SOLLOOK'을 창업한다.


추측과 가설만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단어, 성공한 창업가들이 강조하는 단어는 하나다 

'고객'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빠르게 피드백을 반영하며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스타트업의 본질이며 성공 비법이라고 이야기한다.


고객의 중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당시 우리의 아이템은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기에

왜인지 모를 거리감에 더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택한 방법은 추측하기였다. 


몇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고 나온 결과로 우리만의 솔루션을 추측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기술이 필요할 거야', '이런 방법이면 해결할 수 있을 거야' 

고객의 소리가 아닌 우리만의 목소리로 서비스를 만들어나면서 

잘 진행되고 있다는 착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1년을 이어나가면서 여러 활동을 하고 서비스를 보완하고 구현해 나갔다.

스스로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라고 속이고 있을 무렵 

다수의 시각장애인 분들과 함께 진행하는 행사를 개최하게 되었다.

SK행복 나눔 재단과 함께 진행한 '들리는 옷장'


고객의 반응은 냉정하고 정확하더라.

반응이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던 게 문제였다.

매장은 NFC 태그가 붙여진 의류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태그에 스마트폰을 접촉하면 의류 정보가 제공되는 방식이었다.

시각장애인 분들은 입장과 동시에 SOLLOOK 앱 사용법을 교육받고 자유롭게 옷을 고를 수 있었다.


혹시나 따로 추천을 받기를 원하시는 분들도 있을까 봐 전문 코디네이터 분들을 배치하고,

거동이 불편하실까 봐 동반인의 출입도 자유로운 상태로 진행했다.

하지만 막상 어플을 사용하는 분들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았고 

대부분 코디네이터에게 추천을 받거나 지인분이 옷을 골라주셨다.

설명을 들을 때까지는 신기해하셨지만

막상 써보니 느리기도 하고 기존의 방식이 더 편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있으면 좋을 서비스' 하지만, 굳이 찾아서 쓰진 않을 서비스가 우리의 서비스의 위치였다.


그저 순진했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 열심히 하면 좋아해 주겠지? 

대학생이었기에 가능했고 아직 어렸기에 괜찮았었다.

한편으로는 자만했었다. 내가 생각한 솔루션이 정답일 거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진행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듣는 고객의 소리는 냉정했고, 또 정확했다.


다시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했다.

스스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1. 정말 해결이 필요한 문제인가?
2. 내가 공감하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인가?


1. 정말 해결이 필요한 문제인가?

 해결이 필요한 문제는 맞았다. 하지만 그것이 비즈니스로 가기 위해서는

'돈 혹은 시간을 지불하면서까지 해결이 필요한 문제이다.'라는 조건이 성립해야 했다.

단순히 그냥 있으면 좋을, 무료면 사용할 문제는 비즈니스로서의 가치가 부족했다.

문제를 다시 정의하거나 좀 더 효율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했다.

피벗이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첫 순간이었다. 


2. 내가 공감하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인가?

 새로운 솔루션을 찾을 것인가? 다른 문제를 찾을 것인가?

두 방향을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해 내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지?' 정신없이 달리다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첫 질문이었다.

심사위원들 앞에서는 당당했던 대답이 섣불리 나오지 않았다.

그저 주목받는 아이템을 만들고 싶었고 임팩트가 큰 문제에 집중했었다.


폐업은 생각보다 간단하더라.

 지금 걷는 방향은 아님을 직감하고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나서야 우리가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에 팀원 모두가 시간과 돈을 쏟을 만큼 간절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의논했다. 당시 모든 팀원이 막 졸업을 했거나 졸업을 앞둔 시점이었고

대학생의 도전이 아닌 생계로서의 창업을 이어나가거나, 취업을 준비해야 할 시기였다.


 나를 믿고 같이 따라와 준 팀원들이었기에 희생을 강요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확고한 비전과 수익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과는 명확했다. 적어도 지금은 정리를 할 때라고 생각했다.

google '폐업절차'

 결정을 하고 나니 실행은 쉬웠다. 구글에 폐업절차 방법을 검색해 보고

클릭 몇 번에 폐업은 바로 처리완료되었다. 생각보다 폐업은 참 간단하더라.

아무것도 몰랐기에 겁이 없었고. 겁이 없어서 무턱대고 시작할 수 있었던 첫 창업은

그렇게 마무리되었고 경험으로 남게 되었다.


창업을 하면서 창업자들이 하게 되는 착각이 있다. 

나는 사용자(고객)를 이해하고 있어

나는(내 아이템은) 다를 거야 

'열심히' 만들면 고객들이 좋아해 줄 거야

열심히 내 아이템에 그리고 서비스에 빠져있을 때는 알지 못한다. 

아직 긁지 않은 복권처럼 희망을 안고 내 아이템을 잡고 있을 뿐. 

결국 냉담한 반응을 얻고 나서야 세 가지 착각을 한 번에 알아차리곤 한다. 

아, 물론 내 이야기다.


책에서, 그리고 요즘은 너무 많아진 아티클과 브런치 글에서 수도 없이 이야기한다.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고객들의 문제에 집중하고 솔루션은 그 후에 따라오는 거라고.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잘 안된다. 내가 생각한 솔루션은 왜인지 대박 날 것만 같고

지금 당장 만들어서 고객에게 보여줘야만 할 것 같다.

우리는 사용자를 다 알고 있다고 착각했다. 구글링으로 시작해서 추측을 했고

몇 명의 의견을 기반으로 솔루션을 도출했다. 오래 고민을 한다고 소비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객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개선을 한다는 것은 기획자나 창업자가 깊게 고민한다고 나오지 않는다.

시중에 있는 수많은 서비스들은 수십, 수백 번의 고민 속에서 탄생한 서비스다. 하지만 꾸준히 문제가 발생하고 개선점이 발견되며 이를 수정해 나간다. 고객도 그리고 기업도 결국 뭔가를 테스트해 보기 전까지 문제를 발견하기 어렵고 솔루션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애자일'방식이 유행하고 '린' 방식이 최근 계속 주목받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결국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추측이나 고민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꾸준히 보여주고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좀 더 배워야겠다.

폐업을 하고 1년 정도 다른 스타트업에서 서비스를 만들어 본 뒤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지금은 배움의 시간을 좀 더 가지려 하고 있다.


근 몇 년간 글이라고는 기획문서나 사업계획서만 쓰다 보니 쓰면서도 조금 두서가 안 맞는 느낌이 든다.

아직 많이 부족한 주니어 기획자이지만

앞으로의 글은 Product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양한 인사이트와 아웃풋을 공유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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