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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Sep 14. 2020

집 지으시려면 꼭 이걸 보세요

《그랜드 디자인 Grand Designs》에 푹 빠지다

코로나 시대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인 '넷플릭스'에는 매우 많은 TV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특징은 국내 프로그램에는 아직 많지 않은 '집, 건축, 인테리어' 관련 다큐멘터리가 많다는 점이다.


그 중 재미있게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 부동산 업자들의 섹스 앤 더 시티 《셀링 선셋》과 영국의 장수 프로그램 《그랜드 디자인Grand Designs》이다. 다소 거창한 제목을 보고 위대한 디자이너 이야기인가 했지만, 이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자신의 드림 하우스를 짓기 위해 얼마나 X고생을 하였는가'를 촘촘하게, 그리고 건조하지만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간다.



물론 영국의 집 짓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국내의 현실과 다른 부분도 있지만, 이 프로그램의 재미있는 점은 주인공들이 집을 짓기 위한 과정의 고생담을 다 보여주고, 그들의 오판에 대해서도 여과없이 내보내며, 심지어 결국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 무엇보다 투자비를 다 공개한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방영 프로그램 중 가장 꼼꼼하게 챙겨보고 있는 EBS 《건축탐구 집》은 꽤 재미있지만, 가장 아쉬운 부분이 '어떻게 지었는지에 대한 과정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과 '그래서 얼마가 들었는데요'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다는 점. 호호 꽤 많이 들었죠 정도밖에


《그랜드 디자인》은 그렇지 않다. 이게 파운드화로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만큼 초기 예상 비용, 그리고 나중에 얼마가 더 들었는지도 알려준다. 중간 과정을 함께 따라가기 때문에 어디서 추가 비용이 나왔는지도 시청자들은 다 짐작할 수 있다.




쇼의 프레젠터인 '케빈 맥클라우드'의 태도 또한 프로그램의 재미 요소다. 연극 무대 디자인 등도 진행한 디자이너인 케빈은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예산을 체크하고, 때로는 현실적인 제안을 통한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항상 건축주들의 생각을 존중하며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 때로는 꽤 시니컬한 유머를 날리기도 한다. 건축주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지만.


현재 넷플릭스에 공개된 시즌은 10, 15시즌 두 개밖에 없는데, 그 중 몇몇 에피소드를 추천한다.


#1. 시즌 10, 에피소드 1 '아일랜드의 드림 캐슬'

아일랜드의 고성을 개조하려는 배우가 있었다. 심지어 이 고성은 문화재다. 그러나 자기가 원하는대로 개조하고 싶었던 그는 건축가와 함께 기획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 전문가와 일을 시작했고, 끝없이 자기 마음대로 설계를 즉흥적으로 바꾼다.


대책 없으며 책임감이 부족한, 그러나 낙관적이고 의지가 굳은 애는 참 착한데 이 배우는 과연 이 고성 개조 프로젝트를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실패한다. 아니, 시즌의 첫 에피소드부터 실패라니?! 건축주의 무대책과 아일랜드의 불황이 겹쳐 결과적으로 고성은 무사히 지켜진다(!) 아일랜드의 고성을 찬찬히 관찰하는 즐거움도 있는 에피소드.


이 사람이 그 배우..포즈가 해맑기 그지 없다


설계 사무소를 고를 때의 이야기를 쓰면서 건축사의 중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참고글: 인복의 결정체, 건축 설계사 고르기) 심지어 문화재를 복원 및 개조하면서 건축사를 쓰지 않다니 - 역시 어디나 무대포는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시리즈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설계를 해서 집을 짓고자 한다는 것이다. 더러는 성공하고 더러는 수많은 시행 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보고 있다 보면 확실히 집 짓는 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정말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꿈 많은 초보 건축주들이라면 오싹해질지도.


하이브리드 하우스(좌), 협소주택(우)


#2. 런던 북부 하이브리드 하우스

실제로 가장 부러웠던 집. 부부의 각자 취향을 반영한 두 개의 집을 연결해서 붙인다. 아내는 모던 스타일, 남편은 19세기 스타일. 이도저도 아닌 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웬걸 - 만들고 나서 보니 너무나 예쁜 거다. 게다가 영국 집들 특유의 백 가든(back garden)이 자그마하게 펼쳐져 있는데, 그게 또 이 집의 매력 포인트.


사실 이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부터 이 시리즈를 정주행하기 시작했는데 - 그래봤자 시즌이 2개밖에 없다, 더 공개해 달라, 넷플릭스! - 그만큼 별로 고생이랄 게 많지 않으면서도 그 결과물이 만족스러워 보였던 집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다른 에피소드들을 보다 보니, 이 집만큼 깔끔하게 예산을 많이 초과하지 않고 큰 무리 없이 지어진 집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3. 이스트 런던의 협소 주택

이 집이 어쩌면 우리에게는 가장 익숙한 작은 집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건축주는 집을 지으면서 회사도 그만뒀다는 대단한 점이 있긴 하지만, 젊은 커플이 적은 돈으로 작은 땅을 사서 집을 지었다는 점에서 꽤 익숙한 이야기다. 그런데 한국과는 달리 영국에서는 집 사이를 일정 거리 이상 띄어서 일조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건축법령이 없는 건지, 옆집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 보였다.


또한, 이 커플은 결혼을 한 것도 아니긴 하던데 저 집이 저 남자 명의이긴 하지만 집 짓는 동안 저 여자가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 살았다면 저 여자에게도 집에 대한 권리가 일부 있는 건가, 하는 게 매우 궁금한 점이다.




그 외에도 넷플릭스에서 제공되는 건축/인테리어 다큐멘터리가 꽤 많은데, 《돈 버는 리모델링STAY HERE》이라든지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THE WORLD'S MOST EXTRAORDINARY HOMES》, 《도전! 협소주택The Tiny Nation》 등이다.


그러나 《그랜드 디자인》이 제일 재밌다. 믿고 보세요.


※ 브런치북도 읽어 주시면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ousei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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