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귀여운 것들 속에 파묻혀 살고 싶다
살다 보면 글을 쓰지 않고서야 버틸 수 없는 하루가 있다. 그런 날이 바로 오늘이었나보다.
나의 하루가 깔끔히 정리 되질 않지만, 멍해진 공간에 알 수 없는 생채기만 남아 있는 기분이 든다.
어느 날 보다 딱히 고단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하루였는데 모든 것이 따갑게만 느껴졌다.
출근길 교통이 유난히 혼잡해서였을까, 계획하는 일들이 버거워서였을까.
아니면 하루의 시작을 비가 안와서 물 깊은 곳도 없는데 빠져 죽어야 하냐는 민원 전화로 산뜻하게 시작해서 일까.
욕을 먹는 직업을 가진터라, 이런 일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오늘따라 영 피곤하다. 비가 참 많이도 오는 하루였는데.. 그녀의 희망처럼 물 깊은 곳이 생기려나..
나라는 사람은 거름망과 같아서, 걸러진 그때의 감정, 향기를 잔뜩 담아 놓곤 했다. 오늘 나의 하루는 어떤 감정과 잔향을 남길까.
가장 안정적인 시기가 가장 위험한 때라는 말을 믿는다. 아무런 변화도 기회도 없는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오늘의 고민도 결국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것임을 또한 믿는다. 다만, 괴로움에 깊이 잠식되는 것을 경계할 것.
긴 터널에도 끝이 있으니, 속도와 상관없이 터널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환한 길이 기다리고 있음을.
수많은 터널을 건너 터널 끝 밝은 햇살에 잠깐 찡그리겠지만,
금세 또렷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게 될 것임을.
몇 번의 터널 끝, 마침내 마주한 내 모습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면 정말, 정말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