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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Apr 12. 2024

꿈은 크고, 간은 작은

어제 회사 사람의 청첩장 모임 겸 집들이에 갔다. 메뉴는 족발과 보쌈. 거기에 막국수와 주먹밥까지 푸짐했다. 그 자리엔 모두 4명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만 mbti가 J였고 나머지 셋은 P였다.  J는 계획대로 행동하는 걸 선호한다는데, 실제로 예비신부인 그녀는 늘 플랜 a, b, c가 있는 사람이다. 반면 P는 융통성이 있고 좀 즉흥적인 면이 있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나를 포함한 3명은 약간 엉망진창 느낌이 있다.


어제 그 모임은 모임이라기보다 일상 같은 느낌이었다. 자주 밥 먹고 수다 떨고 장도 보러 가는 사람들이라 그 자리가 특별하다기보다는 또 다른 밥약속 같았다. 다들 족발과 보쌈을 부수고 어느 정도 배가 차자, 예비신부 J는 우리에게 과일까지 대접했다. 그렇게 모이면 다들 서로 앞다투어 자기 말을 하느라 난리가 났다. 청첩장 모임에서 의례 하는 예비신랑과 어떻게 만난 건지, 결혼을 준비하면서 어떤 일이 있는지 하는 질문을 던지기엔 우린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문득 주식 이야기를 했다. 나의 재테크 선생님이 알려준 배당주를 이야기하며 "이거 알고 계셨나요?"하고 물었다. P 동지들은 묻는다, "그게 뭔가요?" 예비 신부 J가 웃기 시작했다. 왜냐면, 내가 전에 이 이야기를 예비신부 J에게 한 적이 있는데, J는 말했다. "00님 빼고 다 알아요." 하지만 P들은 다 모르고 있었다. MBTI와 재테크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P들은 다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주식 이야기로 빠져들었는데 내가 "제가 인도 출장을 다녀와서 느낀 건데요, 인도가 성장할 것 같아서 저는 인도에 투자할 겁니다!!!" P들은 "오!!! 오!!!" 하며 눈을 반짝인다. J가 비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몇 주 가지고 계세요." 나는 내 계좌를 보여주었다. 인도 관련 ETF 4주가 있었다. 수익률은 56%!  P들이 "저도 투자해야겠어요!!!!" 하며 한껏 흥분했지만, J는 배를 잡고 웃으며, "아니, 거창하게 인도에 투자를 하네 마네 하더니 4주라고 여?" 하는 반응.


그러자 또 다른 P가 말했다. "저는 구글이 세상을 지배할 거라고 봐서 구글만 삽니다." 우리는 또 "오!!! 오!!!"하고 있는데 J가 비웃으며 또 물었다. "얼마나 투자하세요?" "하루에 천 원씩이요!!!" P들이 "오오!!! 분할 매수!!!" 하는데 J는 크게 웃으며 "구글이 세상을 지배한다면서요!!!" 한다. 구글 투자자 P는 "저 수익률 50%에요!!!" 하며, "전 이걸 보면 행복하니까 팔지 않을 거예요"한다. 


이제 마지막 P 차례. "저는 코인에 투자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것도 하냐며 용감하다는 눈빛을 보냈는데, 이번에도 J가 비웃으며 "얼마나요?" 한다. 그러자 코인투자자 P가 본인 계정에 로그인을 해 보여주었는데, 투자금은 20만 원. 그녀가 말한다. "저 부자가 될 사주랬어요." J의 비웃음이 쩌렁쩌렁 울렸다. 


P 셋의 공통점, 투자금은 작아도 수익률은 높다는 것. 우리는 주식 이야기를 실컷 하고 나도 그걸 사야겠다고 했지만 "1,000원"씩 주식 모으기를 걸어놨다. J는 우리를 보며 혀를 끌끌 차고 "그렇게 해서 부자 언제 되냐고요"하지만 P들은 저마다 주워들은 법칙을 말하기 시작했다. "복리가 말이죠." "7의 법칙 하시나요?" "아니 이게 분할 매수가 좋은 게요." 누구도 제대로 설명할 줄은 몰랐고, 정확히 알진 못했지만, 주워들은 풍월을 읊기 시작했다. J는 "아니 누구 하나 뭘 제대로 찾아보는 사람이 없어!" 하며 배를 잡고 웃는다.


아니... 근데 우리 수익률 좋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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