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이야기다. 혼자 프랑스 남부 여행을 갔었는데, 귀국 편에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환승하는 영국항공(BA)을 탔었다. 런던에서 경유 편 티켓을 새로 받아야 했다. 줄을 섰고, 내 차례가 되어 여권을 체크인 카운터에 내밀었다. 티켓 프린터에서 경쾌하게 튀어나온 티켓을 보고, 카운터의 담당자는 내가 그날의 행운의 주인공이라며 "You are the lucky girl!"이라고 소리쳤다. 내가 오버부킹으로 인해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아 비즈니스 좌석을 받게 되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내가 좋아하자, 그녀가 비즈니스 라운지도 입장 가능하다고 알려주며 "Make the most of it!"이라고 외쳤다. 실컷 누려, 뽕뽑아, 알차게 즐겨 이런 의미로!
나는 실은 'make the most of it'이라는 표현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리 마음에 와닿지가 않아 그 표현을 써본 적은 없었다. 영어 표현 중에, 특히 관용구 중에는, 읽고 이해하는 것까지는 어찌어찌해보겠는데, 어렵게 느껴지고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 드는 표현들이 있다. 내게는 'make the most of it'이 그중 하나였다. 그런데 나는 내게 비즈니스 티켓을 건네주던 그 담당자의 음성과, 그때의 신남, 그 순간의 바이브까지 'make the most of it'에 함께 더해져 그 뒤로는 이 표현을 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에 처음 방문했던 회의에서의 카운터파트에게도 "Make the most of Seoul!"이라고 마무리 인사를 건넸고, 임원의 마무리 인사 통역에서도 '한국에서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의 의미로 "Make the most of Korea!"라고 표현했다. 비즈니스 좌석 뽕뽑으라는 이야기를 들은 덕분에 나는 이 표현을 절대 잊지도 않고 활용도 잘하게 되었으니 비즈니스 좌석의 또 다른 혜택이었다. 외국어로 영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자꾸 내가 공부해서 머리로는 알고 있는 영어에 경험을 묻혀야 한다.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면서. 전에 한 선생님이 유튜브에서 영어로 댓글을 달아보란 얘길 하셨다. 그런 경험들을 자꾸 내 영어에 더하면 더할수록, 내 영어가 더 깊어지고 내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