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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Aug 14. 2024

제주도 까탈 모험

이번주 떠나는 엄마와의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엄마와 먼저 가서 이틀을 보내고 나면, 다른 가족들이 합류한다. 그래서 그 이틀 일정을 짜는 중인데, 원래도 여행 계획 짜는 걸 어려워하기도 하지만 엄마의 기준을 맞추려면 신경 쓸 것들이 많아 투덜대고 있다. 제주도에서 가볼 곳이며 먹을 곳들을 찾아보다 보니 어릴 때 제주도에 놀러 갔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우리 집은 아빠가 겨울에 휴가를 낼 수 있어서 늘 겨울에 좀 길게 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제주도에도 겨울에만 갔었다. 한 번은 렌트한 차 운전석 창문이 갑자기 닫히질 않아, 다시 차를 반납하고 바꾸러 가야 했는데, 그 차 안에서 차가운 바람을 견뎌야만 했다. 엄마와 아빠는 당연한 듯 외투를 벗어 뒷자리에 앉은 나와 동생들을 꽁꽁 싸매주었다. 우리는 춥다고 계속 징징거렸다. 아빠는 얇은 옷을 입고서도 전혀 춥지 않은 듯 허리를 곧게 세우고 어깨를 부풀리며 조금이라도 찬바람을 막아주려고 했다. 그땐 정말 엄마 아빠는 춥지 않은 줄만 알았다. 사실은 누구보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그러고 보면 애들 셋을 데리고 여행을 간다는 건 엄마와 아빠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다. 나와 여동생, 남동생은 셋다 좀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애들이라 가리는 것도 많았고 손도 많이 갔을 테니 난이도가 극상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 우리 엄마의 조금 높은 기준을 맞추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다. 엄마는 나한테 업어달라고 안아달라고도 안 할 테고 먹기 싫다고 울지도 않을 테니 사실 비교를 한다는 게 우수를 수준이다. 내가 받은 건 늘 잊어버리기 십상이지만, 그래도 조금 떠올려보고, 엄마가 조금 까탈을 부리더라도 내가 진상 부린 것만큼은 아니니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잘 맞춰봐야겠다! 하지만 또 금세 "엄마!"하고 나도 토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엄마는 그럼 또 저거 저거 다 커서도 별로 변한 게 없다고 할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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