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발목을 삐끗 한 다음 병원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다. 보호대를 착용해서 움직이기 불편하기도 하고, 조금 움직이다 보면 통증도 있어서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하는 중이다. 사부작사부작하던 운동도 취소하고 산책도 못 가고 지하 주차장에서 지하 주차장으로 움직이는 게 전부인데, 아무리 집순이인 나도 조금 답답하긴 하다.
며칠 꼼짝을 안 했더니 집안일이 쌓였다. 오늘은 퇴근 후 빨래나 좀 돌리고 건조기에 아직 남아있는 수건도 이제 개서 치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탁실 문을 열었는데, 으앗 찬바람이 살갗에 닿았다. 요즘 며칠 바깥출입을 안 하고 실내에서만 이동했더니, 날씨가 이렇게 추워진 걸 몰랐다. 오늘 출근길에 경량 패딩을 혹시나 하여 들고는 나갔지만, 지하 주차장에서 그냥 들고 사무실에 올라갔다 그대로 들고 내려왔을 뿐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 가디건으로 충분한 하루였다.
난 이런 순간 조금 마음이 불편해진다. 내가 조금 마리앙뜨와네뜨 같이 될까 겁이 난달까? 내가 대단한 사치를 하면서 보통 사람들의 어려움을 하나도 모르는 지경까지는 되지도 못하겠지만, 더위도 추위도 차단된 안락한 공간에서 극한의 날씨도 가끔 체험만 하는 동안, 분명 저 날씨를 견디고 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내가 그런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꿈을 꾸는 건 아니지만, 그냥 오늘 정말 춥네, 오늘 정말 더웠다 이런 감각은 그래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