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과, 여행하면서 드는 생각들. 서비스 부트스트랩!
월요일부터, 홋카이도에 와 있다.
여행 전에는 쭉, 회사에서 진행하는 윈터테크 인턴 인터뷰에 참여했다.
오랜만에 진행하는 인터뷰라 왠지 다들 긴장해서 인터뷰 시작 한참 전에 줌 미팅에 모여서, 우리끼리 아이스 브레이킹 하면서 긴장을 풀었다.
SRE라는 흔하지 않은 직군인데도, 많은 분들이 지원해 주셨고,
인터뷰 진행하면서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 의 나는 어땠는지 오랜만에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하고, 질문하는 지원자분들을 보면서 건강한 자극을 받았다.
뛰어난 분이 너무 많아서, 최종 결정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래도 마음속에 `이 분은 꼭 우리 팀이랑 같이 일해보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던 분이 합격해서 기분이 좋았다.
지원하셨던 다른 분들도, 모두 고생하셨고 앞으로 좋은 팀, 좋은 동료들과 만나서 힘차게 시작하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지금 브런치를 쓰고 있는 장소는 홋카이도 제2 도시 아시히카와에서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오면 도착하는 `히가시카와`라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 회관 겸 도서관인 센터퓨어라는 장소에 스터디 룸이 있는데, 어제 와보고 너무 맘에 들어서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30분을 달려왔다.
자리에 앉으면 눈앞에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히가시카와`는 목공예가 유명한 곳인데, 아이가 태어나면 마을에서 의자를 만들어서 선물해준다고 한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란 의미로...
어제 아침 일찍 마을에 도착해서 (여기 오는 버스가 많이 없다.)
마을을 둘러보는데, 높은 건물 없이 하나하나 집마다 주인의 개성이 반영된 1~2층 주택이 마을 전체를 채우고 있어서 쭉 늘어선 개성 있는 집들을 보면서,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그래서, 오늘 뭐 할까? 아내랑 이야기하다, 한번 더 와보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은 창 밖으로 눈까지 펑펑 내려서 더 좋은 점!!!
아사히카와에 도착하기 전에는 오타루, 비에이에 묵었다.
오타루는 러브레터 촬영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비에이는 N-vacation이라는 산속 숙소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깊은 숲 속 산장처럼 지어진 숙소인데, 주인 부부께서 역까지 마중도 나와주시고, 비에이 일정 물어보시더니,
차가 없는 우리를 위해서 주요 관광지를 (풍경이 이쁘게 보이는) 매직아워에 맞춰서, 모두 둘러볼 수 있게 해 주셨다.
지금까지는 스위스 슈피츠 숙소가 우리 부부 인생 1위 숙소였는데, 아내도 나도 비에이 숙소가 이제 인생 1위가 됐다.
우리는 역시 바다, 호수보다 숲을 좋아하는구나. 숲의 풍경, 고요가 참 좋구나! 하고 한참 이야기 했다.
주인 부부분이 너무 따뜻하시고, 친절하시고, 밤늦게까지 운전해 주시면서 홋카이도의 삶(홋카이도로 이주한 지 10년 되셨다고 한다.)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시고, 우리 어설픈 일본어도 잘 들어주시고, 너무너무 좋은 분들이었다.
아사히카와 와서도, 아내가 왠지 마음이 뭉클한 게 자꾸 나카무라상 부부가 생각난다고 한다.
아마 다른 시즌이나, 또 다른 겨울에 비에이 숙소에 찾아가게 될 것 같다.
히가시카와 도서관에서는, 최근에 만들어보려고 하는 서비스 구상을 했다.
생각보다 집중이 잘되어서, 아내가 옆에서 그림 그리는 3시간 동안 10페이지 정도 쭉쭉 적어나갈 수 있었다.
만들고 싶은 서비스가 2가지 있는데, 그중 1개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해 줄 수 있는 간단한 서비스다.
아이디어만 대충 정리해서, Cursor IDE로 코드작성을 시작했는데,
`내가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고 있지 않으니 협업도 점점 꼬여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엔 접근을 좀 다르게
`어떻게 하면, Cursor에게 내가 만들려고 하는 걸 스탭(모듈) 단위로 쪼개서 같이 개발을 진행할 수 있을까?'로
다시 처음부터 정리를 시작했더니, 머릿속에 엉켜있는 생각들도 왠지 좀 더 명확하게 잘 정리되는 듯했다.
한참 정리하다 보니, 러버덕 디버깅(오리 인형을 앞에 두고 내가 지금 해결하려는 문제를 설명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문제 혹은 버그의 해결방법을 찾게 되는)이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전체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듈들을 분리해서 정의하고, 어떤 phase로 합쳐나갈 건지를
노트에 적어나가다 보니, 생각보다 만들어야 할 요소들이 명확하고 간결하게 정리되어 좋았다.
이제 이 정리를 architecture.md 파일에 보기 쉽게 정리하고 Cursor에 명령을 보낼 때, 이 파일을 항상 참조하도록 하려고 한다.
개발 순서도 잘게 나눈 phase를 하나씩 붙여 완성하는 형태로,
마치 EBS 건축탐구 집(좋아하는 시리즈)에서 컨테이너를 조립, 조합해서 집을 만들었던 이야기처럼 진행하게 될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WfQAXKBR8QY
천천히 여행하면서, 그간 복잡 다난했던 생각들이 명료하게 정리되는 경험을 한다.
아침에 호텔을 나가면서, 가방 안에 뭘 챙겨야 덜 무겁고, 꼭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다닐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막상 나가서는 가방에 뭘 넣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날 이런 트윗을 적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이런 영상을 발견했다. 딱 내가 가지고 있던 (크게 쓸모없는) 고민들...
https://www.youtube.com/watch?v=tp6UiJuZqfY
조금 돌아가기도 하고, 조금 무겁기도 하고, 조금 아쉽기도 하고...
그래도 괜찮다. 하고 생각하는 여행이 됐다.
타려고 했던 차를 놓치고, 가려고 했던 식당이 쉬고, 원했던 날씨가 아니더라도...
`여행은 그 자체로 늘 멋진 추억이 된다.`라는 사실을 매번 여행하면서도 잊고 또 잊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인생도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44bits 채널의 LLM, Agent를 사용한 코딩 편 라이브를 여행 중에 챙겨봤다.
Nacyot이 최근에 너무 많이 칭찬(?)해서 늘 궁금했던 Cline, Cursor Agent를 사용한 코딩에 대한 설명과 시연 라이브였는데, 기존에 Cursor랑 같이 코딩하던 경험에서 훨씬 더 진보한 모습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USGl0bzvnM
나는 당분간은 Agent까지는 사용하지는 않을 듯 하지만, `AI를 사용한 업무 방식이 굉장히(너무 많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서, 이 트렌드를 계속 관찰하고,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 개발비(?) 명목으로 주식을 몇 주 팔았다. 한국 돌아가면 이 비용으로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Cursor $20 구독이랑, 서비스 구현을 위해서 Open AI API 정도를 결제하게 될 듯하다.
회사로부터 독립하는 일기, `독립일기`를 쓰고 있지만, (업무적인 측면에서) Cursor랑 늘 같이 하다 보니, 항상 페어코딩하는 기분이 든다. 심지어 이 친구는 감정 표현도 크게 안 하고, 늘 내 말을 잘 들어준다. -_-
위에도 잠깐 썼었는데, 이 경험이 코파일럿(코파일럿은 첨에 좀 보고 회사에서 지원해 줘도 쓰지 않았었다.) 때 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 그리고 매우 만족한 경험이어서 주변에 무조건 Cursor 써보시라고 광고하고 다니기도 했다.
Cursor가 크레딧 주면 좋겠다.
이런 트윗들을 적었었는데,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려면, 내 안에서 어떤 준비를 먼저 마치고, 말을 걸었으면 좋았을까?`
하는 걸 Cursor랑 협업하면서 뒤늦게 많이 배운다.
결국 이 경험들이 사람과 협업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오히려 `Cursor에게 명확하게 정리한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한 단계씩 같이 진행해 나가는 경험을, 사람이랑 작업할 때도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페어프로그래밍을 해 본 지 꽤 오래되기도 했고...
아무튼,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여러 가지로 공부해 볼 게 많은 급변의 시기에 휴식기를 잘 선택했다고 여러 번, 아니 매일매일 생각하고 있다.
`백수의 불안` 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최근에 진우 님이 한기용 님의 포스팅을 공유해 주셔서,
읽어보았는데, 내 휴식(아니면 멈춤) 결정에 조금 더 힘이 됐다.
피드에서 추천된 Company of One 이란 책이 리디에 번역본이 있어서, 바로 구매해서 잠들기 전에 읽고 있다.
https://ridibooks.com/books/1366000177
잠들기 전 이야기 하니,
이 전에는 여행 오면 숙소 돌아가는 길에 간식을 엄청 사서, 맥주랑 같이 먹고 잠들곤 했는데...
아내에게 말하면 과자를 많이 못 먹게 할까 봐 이야기 못했지만
이제 그렇게 먹을 수 없단 걸 알게 됐다.
이번 여행에서 확실히 느꼈는데, 이제 노화가 이전보다 열심히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소화력이 떨어진 건지, 밀가루나 단맛 나는 간식을 좋아하지 않을 나이가 돼 가는 건지,
편의점에 들러도 과자나, 술을 들었다 다시 돌려놓을 때가 많다.
그래도 호로요이 요구르트 맛이랑, 선토리 하이볼 캔은 사 먹어야지..
일기 다 썼으니까, 이제 Cursor 켜서 노트에 정리했던 내용을 마크다운 문서로 만들고 phase1부터 개발을 시작해 봐야겠다. 과연 어떤 프러덕트가 만들어질지, 내가 필요한 기능이 정말 만들어질 수 있는지... 기대가 된다.
오랜만에 코딩이 다시 재밌다.
+ 히가시카와 지역 장터(?)에서 요 에코백 탐났는데, 아내가 사줌. 겨울 설산(다이세츠산)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친구들.